"고양이가 뜨게질하는 털실을 굴리다가 털실이 풀어져 고양이의 몸을
칭칭 감아버려 꼼짝을 못하게 된다"

"소오갈이 은행장을 보고 5조원은 왜 덥썩 줬소? 라고 따진다.

은행장은 난 하명대로 했소라고 말하며 다시금 돈보따리를 들고 한보에
갖다준다.

그런데 그 은행장의 등어리엔 태엽이 붙어있다.

누군가가 태엽을 틀어준게 틀림 없다"

한보사건의 개요를 이 한편의 만화는 잘 말해주고 있다.

만화는 얼핏 보아넘기기는 쉬워도 그리는 작자편에선 여간 고통스런
작업이 아니다.

안백룡씨의 "소오갈"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의 발단과 원인과 전개와
결론까지를 단 한편의 만화로 잘 말해주고 있다.

이렇듯 정곡을 찌른 작품이 나왔을때 독자들은 갈채를 보내준다.

반면에 싱거운 내용이 나왔을때엔 금새 외면해 버린다.

그러므로 시사만화가의 작업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할 수 밖에 없다.

"소오갈선생"은 이제 2천회의 장년기에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더욱 무르익은 작품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계속 독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겠다.

김성환 < 문화일보 상무 / 화백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