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한낮 햇볕 아래
나른한 골목길 인적 뜸하다
누가 사는 집일까?
화사한 웃음소리 담을 넘는다
새빨간 립스틱 진하게 칠한
저 여자들 오늘이 곗날인가?
모처럼 하나같이 화색이 돈다
낮술 한잔 걸친듯 농염한 입술
귀 빌려주면 무슨 말 할까?
온몸이 지레 후끈거린다
못 본 척 그냥 걷는다, 이봐!
새파란 덩굴손이 어깨 툭 친다
왜요? 돌아다보니, 오호호...
선혈이 낭자한 드라큐라
화려한 염문처럼 뒤따라온다
사방에 짜한 매혹적인 저 몸내
그 여자 입이 참 얇다
색이 너무 진하면 담을 넘듯
가시울 쳐도 새는 화냥끼
슬쩍 한 송이 꺾어?
그 여자 몸이 온통 가시다!

시집 "귀로 웃는 집"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