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음반(compilation album)이 97년 벽두 음반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한 무성의한 짜집기상품으로 평가절하되기 일쑤였던
편집음반이 웬만한 독집앨범보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리그램 워너 록레코드 등 유명 음반사에서 앞다퉈 올해 첫
작품으로 편집앨범을 내놓을 정도.

폴리그램(대표 이홍배)은 올들어 이미 2장의 편집음반을 내놨다.

한국정서에 맞는 히트곡들을 모은 "솔리드 골드"와 댄스음악 "하이테크
댄스 트랙"이 그것.

"솔리드 골드"는 미국 빌보드차트 상위에 오르진 않았지만 드라마 CF 등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우리나라에서 높은 인기를 누린 이른바 "한국감성에
맞는" 히트곡들.

마크&알몬드 "Just a friend"(MBC 미니시리즈 "사과꽃향기" 배경음악),
인디고 "Treat me like a lady"(필립스전자 CF음악)와 무디블루스
"For my lady" 등 18곡을 담았다.

"하이테크 댄스트랙"은 국내 최고의 댄스음악 전문프로듀서 김창환씨가
선곡하고 "클론"멤버 강원래의 형인 디자이너 강원도씨가 재킷을 만든 앨범
이다.

현재 록카페와 디스코테크 등에서 인기절정인 "다바다비아부", 김완선의
"탤런트"와 표절시비를 불러일으킨 "댄스 오브 러브", 유로댄스뮤직의
선두주자인 DJ보보의 "Everything has changed" 등 12곡을 담았다.

워너뮤직(대표 박준선)은 70~90년대의 발라드 록 어덜트팝 등 시대와
장르를 넘어 각광받고 있는 사랑노래들을 모은 "파워 오브 러브"를
선보였다.

에릭 클랩튼의 "Change the world", 셀린 디옹의 "Power of love", 댄 힐의
"Sometimes when we touch" 등 17곡 수록.

소니뮤직(대표 윤여을)도 흥미로운 편집음반 2장을 제작했다.

러버보이(Working for the weekend) 토토(Rosanna) 등 80년대 히트곡집
"타임머신"과 "러브 발라드"가 그 음반.

록레코드(대표 오정충) 또한 2장의 편집앨범을 만들었다.

"오리지널 재즈 보컬"은 최근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재즈바람과 맞물려
주목받는 음반.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에타 존스(흑인여성가수), 아니타 데이,
플로라 퓨림(백인여성가수), 쳇 베이커, 루이 암스트롱(흑인남성가수) 등
재즈 스타들의 목소리로 "Angel eyes" "Summertime"을 들려준다.

"프렌치 키스"는 달콤한 최신샹송을 모은 음반.

"Reve un peu a moi(내 꿈을 꿔요)" (영화 "프렌치키스" 배경음악),
"Le premier bonheur du jour(그날의 첫 행복)" (이자녹스화장품 CF음악)
등 우리 감성에 맞는 샹송 14곡을 담았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세련된" 편집음반이 붐을 타기 시작한 것은 2년전부터.

폴리그램과 EMI는 95~96년 각사 소속 아티스트의 최신 히트팝을 함께 모은
"NOW"를 내놓아 1집 70만장, 2집 52만장의 판매성과를 올렸다.

폴리그램은 또 96년 영화배경음악모음 "Pure movies"(4만장), 록발라드모음
"파워발라드"(8만5천장)도 발매했다.

워너뮤직은 96년에 이탈리아 스페인 남미 등 라틴계통의 낭만적인 팝을 모은
"띠아모"(10만장) CF음악 "소프트 팝 컬렉션"(15만장)과 록발라드 "얼티미트
록 발라드"(10만장)를, 한국BMG(대표 김종률)는 재즈거장들의 노래를 모은
"클럽재즈"를 제작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