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대한 민족국가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대신 새로운
지역경제국가가 생성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일부지역에서 이미 징후를
드러냈다"

맥킨지의 일본지사 회장을 지낸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최근 국내에 번역된 "국가의 종말"(원제:The End Of Nation State)을 통해
비즈니스단위를 중심축으로 하는 새로운 지역경제국가의 생성을 예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길부역 한언간.

오마에 겐이치는 이책에서 4I, 즉 산업(Industry) 투자(Investment)
개인(Individuals) 정보(Information)의 자유로운 국경이동은 21세기
사회에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19세기의 폐쇄적 국가모델에나
적합한 정치-경제블록 개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UN이나 IBRD(세계은행)는 물론 정치-경제공동체를 표방하고
있는 OPEC G7 ASEAN NAFTA EU등의 조직체도 이름만 다를 뿐 구시대적인
민족국가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나아가 현재의 세계질서를 지탱하는 자유민주주의나 정치적
주권등의 핵심가치조차 상당부분이 재정의되거나 대체돼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원칙에 입각한 과거의 정책들은 그 수행방법을
개선해도 국경선 없는 세계로 나아가는 데 적절한 길잡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과거의 정책 원칙들을 하루 빨리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투자,소비자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새로
생성될 지역국가체제는 얼마든지 민족국가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95년말 미국에서 출간돼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 책은 환상에
불과한 국가별 지도, 발전의 사다리, 새 도가니, 시빌 미니멈, 쇠퇴일로를
치닫는 국가적 이익, 세계경제를 멀리 쫓아내는 민족국가, 지역국가
(Region States), 제브라전략, 민족국가의 반응등 총9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역경제국가 혹은 지역국가 생성이 유력한
지역으로 홍콩-남부중국,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남단의 조호르-인도네
시아에 인접한 리아우섬, 미캘리포니아의 실리콘 밸리와 베이지역,
부산-일 큐슈및 후쿠오카등을 꼽았다.

그속에서 오마에 겐이치는 국경을 초월한 자본과 기업의 이동을
커뮤니케이션이 어떻게 이끌어갈지와 욕구로 가득찬 소비자들이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그리고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앞으로 지역국가시대에서 어떠한 위기를 맞게될지등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또 국경없는 시대에 각국 정부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은 과연 무엇이며
기업들은 장차 어떠한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가야 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