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억 산업연구원장이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산업조직 내지 경쟁정책의
흐름 전반을 조망할수 있는 글들을 모은 "경쟁과 질서"(산업연구원 간)을
펴내 화제다.

가격규제와 공기업, 재벌문제를 비롯한 경쟁정책 전반에 걸친 연구와 자문
활동을 펼쳐온 저자가 20여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경제가 지나온 길을
차분히 살펴보는 한편으로 바람직한 현재와 미래상을 모색한 연구성과를
1권의 책에 담아낸 것.

이 책은 특히 국가경쟁력의 뿌리로써 산업정책의 모든 부문을 거시적 안목
에서 바라봤다는 점에서 정부관료는 물론 기업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경쟁과 질서가 대립개념이 아니라 통일개념이라는 의미에서 시장경제가
이해돼야 한다는 믿음에서 전체 주제를 "경쟁과 질서"로 잡았다는 저자는
1편 "산업조직"에서 이론적 실증적 글들을 한데 모았고, 2편 "경쟁정책"에는
각종 정책에 관한 것을 담았다.

마지막 3편 "신경제질서의 모색"에는 경제현안에 대한 여러가지 단편적인
사색을 정리해 놓았다.

먼저 1편에는 "시장구조의 논리와 윤리" "경제력 집중-기본시각과 정책방향"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산업구조적 관계" "우리나라 제조업의 시장구조" 등
총6편의 연구논문이 실렸다.

저서 "시장규제와 독과점 규제"(1977)를 통해 처음 재벌문제의 실증적 분석
을 시도했던 저자는 "경제력 집중-기본시각과 정책방향" 논문에서 경제력
집중대책의 기본방향으로써 <>소유집중의 완화 <>경쟁 촉진정책의 강화
<>첨단기술과 경제력 집중 <>여타 정책의 동시적 추진 <>경제논리의 확립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산업조직적 관계" 논문에서는 중소기업부문에서도
자유경쟁을 통해 생존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기본 정책방향으로 하되
퇴출기업의 전업, 노동자의 재훈련및 재배치, 중소기업부문의 산업조직재편
등을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혀 놓았다.

동시에 현저한 사회적 이익없이 중소기업을 배제하는 대기업의 시장행동은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 효율성과 형평성을 조화시키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편 "경쟁정책"에는 "UR 이후의 경쟁과 무역" "산업정책과 정부의 역할" 등
8편의 논문이 담겨 있다.

특히 "21세기를 향한 기업집단의 진로와 정부의 역할" 논문에서는 기업집단
총수를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경영방식으로는 새로운 경제여건에 적응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이 문제를 단기적인 차원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받아들이면서 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3편 "선진경제질서의 모색"에는 "새로운 경제질서의 모색을 위한 시각"
"세계화를 향한 우리의 과제" "세계화와 경쟁정책의 역할" 등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비교적 짧은 글에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