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일색인 연말 극장가에 한국영화 3편이 도전장을 던진다.

"고스트 맘마"와 "깡패수업" "미지왕"이 21일 동시 개봉되는 것.

3편 모두 신예 감독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담긴데다 장르도 로맨틱멜로,
액션, 코믹 미스터리 등으로 다양해 선택폭이 넓다.

더욱이 가을부터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한국 영화계로서는
이들 "젊은 영화"가 추위에 움츠린 충무로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지승 감독의 데뷔작 "고스트 맘마" (황기성사단 제작)는 최진실 김승우
콤비를 내세운 최루성 멜로드라마.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가 방황하는 남편을 위해 영혼으로 환생, 새
보금자리를 꾸미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이다.

아기자기한 재미와 애틋한 사랑얘기가 강물처럼 흐르면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혹시나 남편이 "진 데를 밟을까봐" 마음졸이던 아내의 영혼은 술집여자와
함께 있는 남편을 혼내주기도 하고 심지어 남자목욕탕까지 따라가 기겁하게
만든다.

물론 질투나 말다툼도 생시처럼 이어진다.

그러나 영혼만으로는 결혼생활을 계속할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서서히 정을 떼기 시작하는데.

정신없이 웃다보면 어느새 콧등이 찡해지는 영화다.

"은행나무침대"의 환생바람에 이어 또 하나의 "사랑과 영혼"이 연말
극장가를 술렁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감독의 연출솜씨는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탄탄한편이고 조연으로
나온 권해효의 양념연기도 일품이다.

"깡패수업" (우노필름 제작)은 지난해 "돈을 갖고 튀어라"로 충무로에
입성한 김상진 감독의 두번째 작품.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수출이 이뤄져 화제를 모았다.

배급을 맡은 삼성영상사업단이 8월말 시나리오 상태에서 일본
도에이비디오사와 프리세일 (제작전 판매)에 합의했고 11월초 기본판권료
1,000만엔 (약 8,000만원)에 극장 및 비디오배급을 대행키로 계약했다.

10월에는 밀라노견본시에서 동남아지역 비디오판권계약을 한꺼번에
이뤄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박중훈과 박상민.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직업깡패 성철과 생각없이 말만 앞서는
술집웨이터 해구가 일본으로 건너간뒤 냉혹한 야쿠자세계에서 피보다 진한
우정을 나누는 얘기다.

술집아가씨 삼순이와 꽃집아가씨 하나코의 사랑도 곁들여진다.

박진감 넘치고 선이 굵은 한국판 액션느와르.

"미지왕" (태흥영화사 제작)은 감독과 배우들이 모두 신인들로 구성된
특이한 영화.

단편영화 및 서태지와 아이들의 뮤직비디오 "환상속의 그대"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용태 감독이 처음 만든 극영화다.

공개오디션으로 뽑은 130여명의 배우들이 모두 출연해 저마다 장기를
뽐낸다.

제목은 "미친놈, 지가 무슨 왕인줄 알아"의 줄임말.

코미디와 미스터리 기법을 절반씩 버무린 형태다.

얘기는 희대의 바람둥이 왕창한이 열살이나 많은 재벌집 외동딸
엄청난과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신랑이 갑자기 실종되면서 사태는 엉뚱한 쪽으로 번진다.

하객으로 참석한 괴짜경찰이 신랑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주변
친구들과 애인으로부터 증언을 들으며 사건을 추적한다.

실험적인 기법과 기발한 착상이 엿보이긴 하지만 고함소리와 과장된
몸짓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구성도 허술하다.

신인들의 연기도 대부분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

그렇지만 가능성 있는 신예 감독의 출현과 남자주인공 조상기의 발굴은
수확으로 꼽힌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