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밤11시에 방영되는 SBS 토크쇼 "이홍렬쇼"(연출 김태성)는
시청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웃도록 만든다.

비슷한 시간대의 다른 토크쇼들이 수준이하의 성관련 농담으로 보는 사람을
민망하게 하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이처럼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이홍렬씨의 무리하지 않는 진행 덕택인 듯싶다.

그는 시청자들을 애써 웃기려고 하지 않는다.

웃기는 것은 출연자의 몫이다.

그는 출연자가 자연스레 시청자들을 웃기도록 하는 분위기 연출에 주력한다.

이런 모습은 27일 방송된 39회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날 "쿠킹토크 참참참" 코너에 초대된 사람은 이경규씨.

이 코너에서는 진행자 이홍렬씨가 초대손님과 함께 요리를 만들면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날 두 사람은 돼지고기 대신 오징어볼로 만드는 탕수욕을 선보였다.

요리를 하면서 이홍렬씨는 이경규씨에게 결혼후 달라진 생활, 자녀 키우기,
이경규씨의 실패한 영화 "복수혈전" 등에 관해 질문한다.

다른 토크쇼의 고정메뉴인 성관련 질문은 거의 없다.

음식을 만들면서 물어보는 까닭에 대답하는 사람도 어색해 하지 않는다.

이날 이경규씨는 살아온 이야기를 짧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홍렬씨는 이경규씨의 말이 끊어지지 않도록 맞장구를 쳐주고 사전에
이날의 화제를 담은 몇가지 재미있는 차트를 제공하는 일만 맡았다.

요리코너만 이런 것은 아니다.

"토크쇼 나도한다" 역시 마찬가지.

여기서는 시청자가 직접 연출한 토크쇼 비디오를 틀어준다.

따라서 개그의 바톤은 이홍렬에게서 시청자에게로 넘어간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다른사람의 삶을 "TV속의 비디오를 통한 엿보기" 방식
으로 즐길수 있다.

연출자 김태성 PD는 ""이홍렬쇼"는 밤11시에 방송되는 만큼 20대부터 60대
까지 모두 본다"며 "따라서 시청자들에게 넉넉한 웃음을 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렬쇼"는 12월4일 40회부터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난다.

연예인 시민 이홍렬씨 등 3명이 차를 타고 가며 얘기하는 "드라이빙 토크쇼"
가 신설된다.

"이홍렬쇼"가 계속 좋은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박준동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