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문형렬씨(41)가 감원바람에 마음 편할 날 없는 월급쟁이들의
모습을 다룬 장편소설 "병정개미" (고려원 간)를 내놨다.

숨막히는 생존경쟁의 틈바구니 사이로 빛바랜 사진처럼 떠오르는 추억.

샐러리맨들에게 "주머니는 얇았지만 꿈과 희망만은 가득했던 등
푸른 날"의 기억은 새롭다.

주인공은 낙천적인 기질의 시인지망생 "호평"과 집안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고시에 매달리는 "북기", 월남한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 대륙행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군우" 등 80년대에 대학생활을 보낸 기숙사 동기들.

입사시험에 잇따라 실패한 뒤 사립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취직한 호평은
더이상 시를 쓰지 못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더이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샐러리"다.

그런가하면 신부를 꿈꾸던 친구는 컴퓨터 세일즈맨이 되고 혹은 뒤늦게
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이 된다.

일상속에서 밥과 희망을 맞바꾸며 살아가는 이들속에는 군우처럼 뿌리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인물도 섞여 있다.

수교 이전에 중국을 드나들다 밀입북 혐의자로 정보기관에 붙잡힌 뒤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

수교후 주중대사관 근무를 자원한 북기는 길림성에서 돌아오던중
고구려 유적지가 산재한 통화행 열차속의 그를 발견하고 안타깝게 부른다.

"대륙 선생" 이 소설은 개미처럼 일하고 월급날을 기다리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호평과 북기에 관한 얘기이자 아직도 "정신의 대륙"을 찾아 헤매는
한사람에 대한 기록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