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서옹방장(84) 추대식이 25일 오후 전남 장성 백양사에서
열렸다.

불교의 총림은 선원과 강원, 율원, 염불원을 갖춘 최고의 수행도량을
말하는 것으로 방장은 총림의 최고어른이다.

서옹방장을 추대식에 앞서 백양사 운문선원에서 만났다.

"수좌들과 조용히 수행하며 지내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지요.

그래서 소란스럽고 분주하기만 한 이번 행사가 달갑지만은 않아요.

신통치않은 일입니다"

여든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맑은 눈빛과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서옹스님은 때로는 질타의 말로, 때로는 유머로 좌중을 휘어잡아 오랜
선수행의 경지를 실감케 했다.

"과학문명의 노예가 된 인간의 이기심이 혼란을 초래합니다.

모두가 자기 욕심대로 살려고 하니 어지러운 것이지요.

그리고 인간이 인간답게, 자유롭게 사는 것을 말하는 인간주의는
대중들의 욕망으로 인해 천박해졌습니다.

참으로 인간을 초월하는 참사람으로 거듭나야 하지요.

유치원아이들도 하는 것을 어른들이 왜 못해요"

혼란한 세상이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선과 선수행을 살려야 한다며
이를위해 역대 선승들의 가르침을 담은 "벽암록"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계종 종정을 역임(74~78년)한 서옹 스님은 1932년 백양사 만암스님
문하에서 출가했으며 중앙불교전문학교, 일경도임제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선원장, 동화사.봉암사 조실을 지냈다.

고불총림은 우리나라 최초의 총림으로 한국전쟁때 사찰이 불에 타는
바람에 폐지됐다가 지난 80년부터 복원을 추진, 이번에 결실을 보게됐다.

이로써 불교 조계종은 해인사 해인총림, 송광사 조계총림, 통도사
영축총림, 수덕사 덕숭총림 등 5곳의 총림을 두게 됐다.

한편 이날 방장추대식에는 송월주 조계종총무원장 혜암 원로회의의장
설정 중앙종회의장 혜초 태고종총무원장 서석재 신한국당의원 박상규
국민회의의원 등 각지에서 온 1,500여명의 신자와 축하객이 참석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