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 고두현 기자 ]

지난 4월 노졸중으로 쓰러졌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64)가 지난
16일 (한국시간) 미국 뉴욕 소호 구겐하임미술관에서 퇴원이후 처음으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휠체어에서 내려 보조지팡이를 짚고 걸어 들어온 그는 "아직 왼쪽
손발이 불편하긴 하지만 빠른 속도로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20세기가 비디오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레이저아트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전환이죠.새로운 감각의 예술세계를
기대해 주십시오"

그는 전에도 예술은 하극상이라고 말했듯이 비디오아트는 이제 레이저에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98년 한강변에서 마련할 국회개원 50주년 기념행사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태극기와 기러기를 띄워 올리는 형태가 되리라고.

병석에서 케이블TV 진출에 관한 계획을 구체화했다는 그는 "클래식
음악과 비디오아트를 접목시키는 형태"라며 1년에 20만달러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지만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11월에는 뒤셀도르프 톤할레음악당에서 "요셉 보이스와의
이중주"라는 제목의 행사를 갖고 내년 6월에는 독일 뮌스터에서 야외
조각전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한 대에 5,000달러짜리 자동차
32대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동원한 것은 20세기가 "인간과 자동차의 싸움"이기 때문이라는
것.

주제를 "한 많은 20세기여, 잘 있거라"로 잡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그런가하면 98년 구겐하임 초대전에서는 "걸쭉한 곰탕집"이라는 별도
홀을 마련해 한층 달라진 비디오조각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구겐하임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씨의 특별전은 당초
9월15일까지로 예정된 일정을 늘려 10월27일까지 연장전시에 들어가 그의
예술세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어느정도인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