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은 한곳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비밀은 고백할 때 가장 빛난다.

마이크 리감독의 "비밀과 거짓말"은 이 평범한 명제를 잔잔하면서도
밀도있게 그린 휴먼드라마.

가족간의 화해와 사랑을 묘사한 이 영화에는 절망과 비관, 유머와 희망이
잘 어우러져 있다.

삶의 높낮이를 과장없이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도 따뜻하다.

얘기는 흑인처녀 홀텐스(마리엔느 진 뱁티스트)가 양부모의 장례식을
치른뒤 유품을 정리하다 진짜부모를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녀의 생모 신시아(브렌다 블리신)는 뜻밖에 백인.

20여년의 세월 저쪽에서 들려온 딸의 목소리에 당황하던 그는 핏줄에
이끌려 약속장소로 나가고 마침내 오래된 모녀지간처럼 친해진다.

그는 백인딸 록산느와 단둘이 사는데 딸은 젖은 종이조각처럼 얼룩진
엄마의 삶을 경멸한다.

신시아의 남동생 모리스는 사진사.

그에게는 시누이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아내 모니카가 있다.

감독은 등장인물의 면면을 하나씩 소개한 뒤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나선다.

모리스가 아내와 누나의 화해를 주선하고 그의 집에서 조카 록산느의
생일잔치를 여는 날, 백인엄마는 흑인딸을 초대한다.

피부색이 다른 새언니의 출현에 록산느는 사색이 되고 파티는 난장판으로
변한다.

그러나 폭풍우가 지난 뒤 그들은 아름다운 가족으로 다시 태어난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불행은 감추거나 속이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

비밀은 거짓말을 낳고 거짓말은 소외와 갈등을 낳는다.

토막져 있는 가족의 끈을 연결하는 남동생의 직업이 사진사인 게
재미있다.

각양각색의 군상이 이 사진관에 와서 희노애락의 표정을 남기고
돌아간다.

"꿈을 찍는 사진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 사람이 함께 차를 마시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을 더한다.

올 칸영화제 그랑프리수상작.

(21일 중앙 뤼미에르 씨네하우스 씨티 동숭홀 개봉예정)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