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년"을 발음할 때 "년"이 아니라 "천"자에 액센트를 줘야지.

"숨워"가 아니라 "숨어"로 발음해야 돼" 국립극단이 9월3일부터
국립극장소극장에서 공연할 "춘향아, 춘향아"의 춘향역을 맡아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곽명화씨(23)는 이처럼 초보적인(?) 지적을 받기
일쑤다.

96남원춘향제에서 춘향선으로 뽑히고 공개오디션을 거쳐 당당히
선발됐지만 연기엔 완전 초보이기 때문.

"연습초기에는 발음과 발성에 문제가 있어선지 제가 대본을 읽기만 하면
주위에서 킥킥거렸어요.

솔직히 속상했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연습해 더이상 그런 비웃음은 받지 않죠"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고 앳되보이는 외모때문에 춘향역에 뽑힌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엔 밝고 구김살이 없다.

처음하는 연기가 힘들지만 자기 아닌 딴사람이 되어 무대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춘향이 표현해야 하는 광기를 끄집어 내는 것이 제일 어려워요.

춘향의 처지와 심정을 끊임없이 떠올리면서 온몸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첫무대에 국내 최고의 연출가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김광림씨를
만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각 장면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스스로 알아서 연기하도록 하는
지도법은 생각하는 연기를 하게 한다고.

"연출자 선생님과 뽑아주신 국립극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중앙대 한국음악과 4학년인 그는 이 작품에서 전공인 가야금실력도
선보인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