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무대가 활성화될때까지 몇년만 해보자며 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흘렀군요.

처음에 12명이었던 단원수가 51명으로 늘었으니 이만하면 꽤 성공한
셈인가요"

한국페스티발앙상블 박은희 대표(44)는 연주와 음악해설을 겸하는
전천후 음악인이다.

앙상블 연주활동외에 서울대학교에 출강 (실내악)중이며 KBS 1FM에서
차분하고 재미있는 클래식음악해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실내악 연주기회를 늘리자는 것이 첫번째 창단이유였어요.

당시 연주회는 성악이나 오케스트라에 편중돼 있었거든요.

외국음악축제에 대한 선망도 동기의 하나죠.

1~2달간 지속적으로 개방된 곳에서 연주하고 많은 사람이 즐기는
잘츠부르크나 베로나의 음악축제같은 행사를 우리나라에서도 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꿈을 갖고 만든 페스티발앙상블이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
실내악단으로 자리잡았다.

앙상블연주는 87년 용평에서의 첫 연주회를 시작으로 88년 포천
베어스타운, 그리고 89년부터 지금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무대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한 전국의 공장과 사업장 순회연주회는 또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줬어요.

올 상반기 30여곳에서 연주회를 했는데 클래식연주를 듣고 환호하는
청중을 보면서 "아 음악은 이렇게 쉽게 다가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51명의 단원중 그때그때 시간맞는 사람끼리 모이면 2중주부터 15중주까지
어떤 조합이든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

"청소년 근로자 등 음악초보자가 많은 곳에서 연주하면서 음악해설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음색이 너무 관능적"이라는 이유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교회에서
오보에 연주를 금지했다는 것 등 악기와 음악얘기를 들려주고 연주하면
청중들이 몇배로 열광하죠"

그는 연주자와 청중 모두 즐거워야 음악의 감동이 한껏 산다고 믿기에
흥겨운 분위기연출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크로스오버연주회 붐이 일기 훨씬전인 5~6년전부터 레퍼토리에 재즈곡을
넣은것도 그 때문.

"10월께 페스티발앙상블을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려 합니다.

마음대로 그만두지 못하게 제 자신을 묶어놓는 셈이죠"

이제 타이틀까지 걸고 "클래식음악 안내자"역할을 하게 된 그는
늦더위속에서도 연습에 여념이 없다.

오는 9월7~8일 재즈피아니스트 신관웅씨와 함께하는 소품독주회, 그리고
9월9~10일 중국 청도에서의 앙상블 연주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

산업체연주회 아이디어를 낸 남편 이상렬씨 ((주)미도파 부회장)와
1남1녀 (고3.대학2년)는 그의 최고의 지지자이자 후원자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