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은 곧 문화전쟁이다.

아시아 변방에서 세계 중심무대로 도약하려는 현재의 한국을 가로막는
두터운 벽은 정치이념도 경제 이해관계도 아닌 선진국들의 오만한 문화
인프라일 뿐이다.

"세계문화산책"의 저자 김준길주미한국대사관공보공사(56)가 오랫동안
파리와 스톡홀름 뉴욕에 살면서 체험한 서양문화인프라를 실체적으로 해부한
"서양문화 뒤집어보기- Culture vs. Culture"을 출간했다.

지난해 내놓은 "세계문화산책"이 파리와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한 유럽문화
의 이면을 짚어본 것이라면, 그 완결편격인 "서양문화 뒤집어보기"는 이들
유럽문화에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미국문화를 보태 전체 서양문화를 총체적
으로 조망한 문화 에세이집.

선진국일수록 오랫동안 투자된 두텁고 깊은 문화간접자본이 형성되어 있다
는 저자는 따라서 우리가 세계화되려면 이 문화인프라의 벽을 뚫고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우리식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보편화.현대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 미술 음식 연극 영화 음악 돈 언론등 문화의 전영역을 총 16개장으로
나눠 살핀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보고 느낀 서양문화의 현상과 이면을 샅샅이
조명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등에 얽힌 미술이야기, 포도주및 레스토랑에서 찾아본 음식
문화, 스웨덴감독 잉그마르 베리만과 일본감독 구로자와 아키라를 통해
살펴본 영화세계, 월스트리트이야기등도 저자의 언론인경력이 빚은 풍성한
문장력 속에 녹아나며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파리가 미술을 통해 19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을
이루었다면 뉴욕은 공연예술로 20세기의 중심이 되었다고 단정한다.

카네기홀이 가지는 고전적 콘서트의 의미, 연극 그 자체를 상징하는
브로드웨이 극장들, 그리고 1966년이후 세계 최고의 공연예술이 총집결되는
링컨센터에서 20세기후반 세계문화를 주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된 뉴욕의
위치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이처럼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드파워(군사.경제력)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미하버드대 조셉 네이교수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따라서 저자는 우리도 첨단기술개발뿐 아니라 문화적인 교양을 체화하고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프랑스및 스웨덴대사관 공보관(81~85년)과 뉴욕문화원장(90~93년)을
거쳐 93년부터 공보처 정부간행물제작소장을 맡아오다 지난3월 다시 주미
한국대사관공보공사로 발령받았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