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후반부터 대두된 미국경제의 최대 과제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의
축소.

눈덩이처럼 불어난 무역및 재정적자가 미국의 전체 경제상황을 악화시킨다
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92년 클린턴대통령이 집권한 후 최우선 정책과제로 이들 쌍둥이
적자 축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재정적자의 경우 오히려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왜 그런가.

로버트 아이스너 미노스웨스턴대교수(경제학과)는 그 이유를 경제나 경제
현상을 전체로서가 아니라 개별적인 차원에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아이스너교수가 이같은 인식을 담아 94년 펴낸 "경제현상의 두 얼굴"
(홍수원역 한국경제신문사간,원제: The Misunderstood Economy)이 최근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책은 국민소득 고용 투자 소비
통화량 국제수지등 모든 경제분야에 걸쳐 잘못된 경제지식을 바로잡고자
한다.

저자가 꼽은 경제현상에 대한 몰이해의 표본은 다름아닌 무분별한 소비
축소및 저축증대 권장.

저축증대의 경우 총투자를 늘리지 않는 한 총저축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데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밝은 미래를 위한 저축" "세계속의 미국, 정말 가난한 나라인가" "재정
적자와 이에대한 터무니없는 인식" "통화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오해" "가장
잘못된 개념:자연실업"등 총 9장에 걸쳐 아이스너교수는 경제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기업경영과 국가경제운용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경제현상을
이해하는데는 하나의 분석틀이 존재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는 개개기업에 이익이 되는 법칙을 국가경제 전반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어느 기업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면 그 기업은
신규 설비투자를 늦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후퇴할때 정부가 지출을 줄이고 세수유지를 위해 세율을
인상하는 형태로 채무와 적자를 감소시키고자 한다면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세율인상, 정부는 지출삭감으로 구매를 줄이기 때문에 기업은
고객을 잃게 되고, 결국 심각한 경제침체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아이스너교수는 그러나 놀랄만큼 많은 정치인들이 정부에 이러한 긴축정책
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따라서 이책을 경제현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첨예한 논쟁사이에서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일반시민, 그리고 기업체 임원과 재무관리
책임자, 정치인을 위해 펴냈다고 밝혔다.

미학술원회원으로 미국경제학회장을 역임한 아이스너교수는 14일 한미우호
협회가 주최하는 "대변혁의 시대에 대응하는 한미우호관계 포럼"에 참석키
위해 방한할 예정이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