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풍자극 투성이인 연극계에 오랜만에 인간의 영혼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고전극이 올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문제적인간 연산"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극단유가 괴테 작
"파우스트"(정일성 연출)를 1일부터 국립극장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것.

극단유의 정통연극살리기운동 두번째 공연인 이번 무대는 악마의 꾐에
빠지는 파우스트역의 윤주상, 파우스트를 구원하려 애쓰는 그레첸역의
송채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역의 유인촌씨 등 호화출연진외에 정일성
(연출), 박일규(안무), 강준혁(음악), 하용수(의상), 최연호(무대미술)
등이 호흡을 맞춰 제작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다.

악역(메피스토)을 처음 맡은 탤런트 유인촌씨와 파우스트역의 정통
연극인 윤주상씨가 펼치는 불꽃튀는 연기대결과 마녀트리오(이용녀 김연재
최용재)가 펼치는 악마들의 유희 또한 기대를 더하는 대목.

연출가 정씨는 "연극사에서 "파우스트" 만큼 힘든 작품이 없다"며
"고전주의 작품이지만 낭만적 성향이 강한 극인 만큼 고전주의적 품격과
낭만주의의 자유분방함이 조화되는 무대로 꾸몄다"고 밝혔다.

이극을 통해 젊은세대들에게 영혼의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했다고.

그래서 "인간에게 수없는 비판을 가하는 악마 메피스토의 입장에서
파우스트박사의 모습을 형상화하려 애썼다"며 "우리예술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영혼"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극단유는 이번에 비극적인 운명의 그레첸이 구원받기까지의 과정을
1부로 형상화하고, 그레첸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사랑이 파우스트를
구하게 되는 내용은 내년에 2부로 제작할 예정이다.

특히 2부에서는 윤주상씨와 유인촌씨의 배역을 맞바꾸고 하루 두차례
공연(오후4시30분 7시30분)에서 1.2부 전체를 선보인다는 색다른 계획도
세웠다.

1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4시 7시30분 (월 휴관).

문의 3444-0651~4.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