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얼 서스펙트"는 치밀하게 짜여진 일급 범죄스릴러물.

27살짜리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동갑나기 친구의 각본으로 만든
"두뇌게임" 영화다.

끝까지 관객을 속이는 사건전개와 독특한 화면구성, 밀도있는 대사가
돋보인다.

제목은 1차 용의자를 일컫는 경찰용어.

산페드로 항구에서 화물선 폭파로 27명이 살해되고 거액의 돈이
증발된다.

중화상을 입고 구조된 헝가리갱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의 몽타주가
그려지고 한쪽에선 또다른 생존자인 절름발이 킨트를 상대로 세관형사
쿠안이 취조를 벌인다.

6주전 총기운송차 도난사건의 용의자로 한방에 수감된 5명의 전과자가
"재수없는 짭새"들을 물먹이기 위해 뭉친다.

이들은 부패경찰의 장물운반차를 기습, 50명의 현직경찰을 옷벗게
만든뒤 캘리포니아로 건너가 장물을 팔려다 마약상이 연루된 유혈사태에
휘말린다.

이때 코바야시라는 변호사가 나타나 그간의 일이 암흑가의 신화적
존재인 카이저 소제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었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물선을 습격하라고 명령한다.

이 과정에서 4명이 죽고 킨트만 살아났다.

그러나 쿠안은 이들중 경찰출신 범죄자 딘 키튼이 생존해 있으며 그가
바로 카이저 소제의 실체라고 확신한다.

킨트가 공포에 질려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라고 여기며 이
"화두"에 매달리던 그는 킨트를 석방한 뒤에야 땅을 친다.

이때까지 관객들도 완벽하게 속는다.

절름발이 흉내를 풀고 코바야시의 차에 올라 유유히 떠나는 모습과
경찰팩스로 킨트의 몽타주가 전송되는 장면이 교차되면서 관객은 비로소
기나긴 퍼즐게임에서 벗어난다.

겹겹의 은폐물과 빈틈없는 진술, 과거와 현실이 혼재하는 플래시백,
범죄현장과 경찰서를 오가는 공간연결 등 시종 이어지는 긴박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27일 피카디리 / 씨티 / 경원 / 이화예술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