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이 다 그렇지만 영화만큼 아이디어가 중요한 장르도 드물다.

사소한 얘기도 기획자와 감독의 "발상의 전환"에 따라 더없이 재미있는
내용으로 바뀐다.

"꼬마돼지 베이브"는 동물을 의인화해서 만든 영화다.

세상물정 모르는 꼬마돼지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양치기돼지로
변신하는 과정이 따뜻한 유머에 담겨 있다.

젖을 떼기도 전에 엄마를 정육점에 뺏긴 아기돼지 베이브는 마을축제의
경품으로 뽑혀 하겟아저씨의 농장으로 옮겨간다.

동물의 세계에도 희노애락이 있게 마련.

베이브는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의 조건들과 부딪히게 된다.

뚱뚱한 주인아주머니는 베이브에게 "순대야, 돈육아"하며 식탁에 올릴
생각만 하고, 닭은 "넌 크리스마스 만찬용이야"라며 면박을 준다.

표독스런 고양이와 새벽마다 수탉흉내를 내는 오리, 인격적인 대우를
갈망하는 양들 틈에서 그는 험한 세상의 생존법을 배운다.

어느날 양을 훔쳐가는 도둑을 발견하고 주인에게 신속하게 알린 공로로
"이상한 재주"를 인정받은 베이브는 양치기돼지로 면모를 일신한다.

그러나 운명을 개척하는 일이 쉬울 리 없다.

양치기개처럼 근엄하게 명령을 내리자 양들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는다.

귀엽고 순수한 그는 마침내 "양아줌마, 우리안으로 좀 들어가 주세요"
라고 부탁한다.

그때서야 순순히 말을 듣는 양떼.

강압적 태도보다 더불어 사는 지혜가 더욱 소중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브는 차츰 주인아저씨의 신임을 얻게 되고 급기야는 양치기개
경연대회에 선수로 참가해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다.

웃음속에 담긴 삶의 진리와 동물들의 표정연기가 잘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안겨준다.

미국 비평가협회가 뽑는 95 최우수작으로 선정됐으며 96년 골든글로브
코미디부문상 수상도 유력시된다.

( 13일 명보 / 반포시네마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