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국을 만들자.

21세기의 무공해.첨단산업으로 문화산업이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새해를 맞아 문화전쟁시대의 첨병이자 문화대국의 선두주자로 세계
무대를 향해 뛰고 있는 인물들을 분야별로 찾아 한해의 계획과 포부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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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황주리씨(39)는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일찍부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20대에 프랑스와 일본 화단에 데뷔한데 이어 뉴욕 무대로 진출, 10여년간
탄탄한 기반을 닦아온 그는 올해 뉴욕 유수화랑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개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국제적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힐 계획이다.

"우선 3월5~2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국내전을 연 뒤 같은
작품으로 5월20일~6월20일 뉴욕 시그마화랑, 11월1~30일 포배시화랑에서
개인전을 갖습니다"

그동안 세계를 무대로 펼쳐온 다양한 작업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줌
으로써 장차 무한정 뻗어갈수 있는 저력을 재삼 확인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황씨의 트레이드마크는 화면을 여러개로 분할한뒤 각각의 작은화면에
인간과 자연의 형상을 그려넣는 평면작품.

화려한 원색 또는 흑백의 그림은 거대한 조직사회에서의 개인의 모습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출, 국내는 물론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이같은 평면작업과 함께 그는 또 개인전때마다 새로운 작업을 발표,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 왔다.

올해 새롭게 보여줄 작업은 "시간여행"이라는 이름의 설치작품.

벽면에 서로 다른 시각을 가리키고 있는 수많은 시계를 한꺼번에 걸어
놓은 뒤 각각의 특징있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형태로 꾸며지게 된다.

"평면은 한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느낀 점들을 화폭에
옮긴 "맨해턴 블루스"라는 작품이지요"

황씨는 컬러와 흑백으로 나누어 따로 전시할 이 작품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속에서 꿈틀거리는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그린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개인전외에도 FIAC (파리국제화상제) 등 여러 국제미술전
참가를 요청받고 있지만 뉴욕전에 가장 역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그간 호평으로 받아온 만큼 5월 뉴욕전까지
성공하면 휘트니뮤지엄이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작가"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

연말께는 또 그동안 빡빡한 작업일정을 쪼개 써온 에세이들을 모아
책으로 펴낼 계획도 갖고 있다.

그림뿐만 아니라 글쪽에서도 탁월한 솜씨를 인정받아온 그의 에세이집은
지난 91년 펴낸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에 이어 두번째.

화가이자 여성으로서 일상과 사회에 대해 느낀 단상을 솔직하고
꾸밈없이 표현한 글들로 이뤄진다.

황씨는 이화여대미대 서양화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를 거쳐
미 뉴욕대 대학원를 졸업했으며 86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주는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

84년 FIAC, 87년 LA아트페어 등 각종 국제미술전에 참가했고 미국
일본 등 국내외에서 10여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