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에도 문턱이 있을까.

일반인들에게 있어 화랑의 문턱은 관공서의 그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

공공미술관조차 보통사람과는 무관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국내 현실에서
화랑에 들어서기까지 일반관객이 갖는 심적 부담감은 결코 적지 않다.

이같은 실정에서 갤러리현대 (대표 박명자)가 미술관과 화랑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화랑 운영을 모색,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경복궁 건너편에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 지난 10월 재개관한 갤러리현대가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개방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이를 위해 갤러리현대는 돋보이는 외관에 걸맞게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윈도갤러리 등 다양한 전시공간과 아트포스터 판매를 위한
아트샵, 카페테리아를 겸한 휴식공간을 함께 갖췄다.

4층의 경우, 내부정리 관계로 카페테리아가 정식으로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정면으로 보이는 경복궁일대와 멀리 북악산까지 확트인 시야를
확보, 여유로운 휴식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미술에 대한 일반의 인식변화에 발맞춰 문을 연 아트샵은 미술
애호가는 물론 인근의 직장인들로부터 적잖은 호응을 얻고 있어 관심을
끈다.

아트샵 매장을 관리하는 이진숙씨는 "현재 유영국 김환기 박수근
황규백 천경자 변종하씨 작품을 "한국의 명화" 시리즈 아트포스터로 제작,
보급하고 있는데 애호가는 물론 인근 직장인들이 사무실 장식용이나
선물용으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큐레이터 이화익씨는 ""한국의 명화"시리즈 아트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진품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촬영구도와 각도 조정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방에서 걸려오는 문의전화가 적지 않지만 우송관계로
수량이 적으면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포스터는 1~3만원, 액자는 4~10만원선으로 액자에 담은 선물용
아트포스터의 경우 대부분 10만원이하다.

이밖에 유명화가의 그림으로 만든 복제판화도 한정 제작돼 판매되고
있는데 비싸지 않은 (15만원) 가격에 진품의 품격을 그대로 느낄수 있어
애호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갤러리현대 박명자 대표는 "개인화랑이지만 열려진 공간으로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누구든지 와서 그림을 감상하고 즐길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개방할 생각"이라며 "고궁이 가까운만큼 일요일에도 화랑을
오픈, 이 일대가 서울에서 가장 돋보이는 문화명소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건물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프랑스 조명예술가 얀 케르살레의
조명설치전도 매일 자정까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