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근 < 신한생명보험 사장 >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 곳곳에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담고있는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질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리더십의
재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되고 있다.

최근 기업의 경영자인 나에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준 명저 한권, "로마
제국 쇠망사"는 역사서의 감동과 함께 매우 뜻깊은 깨달음을 전해 주었다.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과 변신의 경영지식을 실천하는 기업조차도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기업환경속에서 로마제국 흥망의 역사가
보여준 교훈은 시대를 뛰어넘은 보편의 진리가 아닐수 없다.

로마인에 대한 어느 역사가의 평에 의하면 그들은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못한
뒤떨어진 민족이라고 한다.

그러한 로마가 주변국의 치열한 견제와 공세에도 불구하고 1,400여년이라는
장강대하의 찬란한 역사를 이룩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세계국가를 꿈꾸다 결국 종말의 비운을 맞이하게 된것은 또한 무엇
때문일까.

이책의 저자인 기번은 동일한 요소, 즉 리더십의 발휘와 쇠퇴에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사업에 참여하는 리더집단은 사치와 향락을 멀리하고 검소한 태도를
잃지 않았으며 항상 귄리와 의무를 동등한 가치로 존중하고 조직을 위해
솔선수범하여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로마의 진정한 강점이 사라지게 될때 로마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미래 예측이
불가능해지면 앞서서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이 커지게 마련이다.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어려운 시기에 다시 한번 고귀한 자에게는 그에 따른
진정한 의무가 주어진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의 시대적
요청이 기업의 경영자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