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사
저자 : 김형철

상사책임자로서 일본생활을 하는 동안 늘 아쉬운게 하나 있었다.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일본기업에 대해 제대로 쓴 책이 없을까 하는
점이었다.

한국상품의 대일수출이 일본의 상관행이나 일제의 벽에 부닥칠때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곤 했다.

그래서 틈이 날때마다 일본에 관한 책들이 나오면 구해보는 습관이 들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출판되는 상당수의 "일본물"들을 보고 나면 뒷맛이
개운치 못한 경우가 많다.

대일감정에 불을 붙이거나 감각적이고 지엽적인 흥미위주의 글들이 주류를
이루다시피하는 때문이다.

그런 책들은 생산.판매.수출현장에서 뛰는 기업전사들은 물론이거니와
미래의 일꾼인 대학생들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책들은 일본의 실상이 아닌 허상을 보고 편견에 빠지게 하는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장사꾼으로 거듭나는 사무라이 혼"을 대하고 일본을 제대로
분석했을뿐 아니라 접근방식도 다른 책들과는 다른 신선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저자자신이 격동기 일본의 현장을 누비고 다닌 도쿄 특파원으로서
직접 체험하면서 느낀 풋풋한 취재기사들이다.

저자의 말처럼 선입견과 감정을 배제하고 일본인과 일본 기업의 실체를
다각도로 조명해 21세기 일본의 진로를 가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 생활을 한 나로서는 일본을 움직이는 저력은 형상화돼있는 경제력이
아니라 그것을 움직이는 일본인 특유의 정신에서 해답을 찾은 필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본이 흔들리는 것 같지만 이를 지탱해 주는 힘, 그것은 일률의 집단
무의식이다.

바른 사무라이정신과 상인 정신이다.

사무라이 정신은 오늘날 일본 공무원 사회로, 상인 정신은 기업가나
사업가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그것은 프로정신이다.

돈을 벌려면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상인도로 무장한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저자의 일본 사회에 대한 이같은 분석은 나의
일본관과 그대로 일치한다.

이 책에는 경제전쟁시대에 일본정부와 기업이 "세계적인 장사꾼"을 기르기
위해 얼마나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모두 4장과 부록으로 구성돼있다.

제1장에서는 저자가 일본생활속에서 느낀 일본인의 생활관 종교관
경제관들을 다뤘다.

독자들의 일본이해를 돕기위한 입문편이다.

제2장 "세계의 공장 메이드 인 저팬 현장을 가다"에서는 일본기업들의
신조류와 세계제패를 위한 혁신사례들을 담고 있다.

제3장에서는 일본기업의 야전사령관을 비롯한 괴짜경영인과 이색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4장에서는 세계적인 일본기업총수와 지성인들과의 대담을 통해
21세기비전과 생존전략을 파헤치고 있다.

부록에는 삼성그룹총수와 일본학자와의 경영대담을 통해 "21세기
1류기업의 조건"을 모색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왜 일본인이 잘 웃는지,또 왜 일본기업들이 장사를
잘하는지 그 비밀을 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기업들이 종업원들에게 "인간이기보다 상인이 돼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기업들이 곰곰 되새겨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이런면에서 회사원 세일즈맨이나 경영자들은 물론 대학생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안 종 원 < (주)쌍용대표이사 사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