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거목으로 지난달 타계한 김동리씨의 저작을 집대성한
"김동리전집"(민음사간)1차분 6권이 나왔다.

김씨는 34년 등단한 이래 근60년간 독자적인 문학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문단을 이끌어왔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순수문학을 거쳐 해방이후 이른바 "구경적 생의
형식"과 "문협정통파"로 이어지는 우리소설의 가장 큰 흐름을 대표하는
존재.신문 잡지 단행본 선집등으로 흩어져 있던 그의 작품이 전집으로
묶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김동리전집"은 단순히 한작가의 문학적 성과를 정리한다는
차원을 넘어 한국근대문학과 순수문학의 역사적 맥락을 짚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재평가와 해석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는 시점에서 출간돼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집은 총20권으로 기획됐으며 편집위원으로 유종호(이화여대영문과)
김윤식(서울대국문과)교수와 소설가 이문구씨가 참여했다.

김동리는 자신의 작품을 여러차례 개작했기 때문에 첫발표지와 수록
단행본의 작품의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

전집에서는 작가가 직접 퇴고해 단행본으로 간행한 것은 개작본을
정본으로 삼았으며 제목을 바꾼 경우에도 최종제목을 우선으로 엮어졌다.

이번에 나온 1차분은 김동리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모음집
4권과 그의 대표적인 장편소설 "사반의 십자가" "을화"등 6권.

1권 "무녀도.황토기"에는 단편 21편과 생애및 작품연보가 실려있다.

김동리소설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를 점검한뒤 새로운 해석을 내린
유종호씨의 "현실주의의 승리"가 함께 수록됐다.

2권 "역마.밀다원시대"에는 26편의 단편과 김윤식씨의 "김동리문학의
성격-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들어있으며 3권"등신불 까치소리"에는
단편 25편과 김치수씨의 해설이 덧붙여졌다.

4권 "저승새 만자동경"도 단편집. "수로부인"등 39편과 진정석씨의
"역사에서 설화로, 설화에서 우화로"가 실렸다.

5권은 장편 "사반의 십자가"와 저자의 후기및 개작에 관한 변을
담은것.

우리 영웅소설의 전통을 이으면서 현대적으로 변용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작품을 이동하씨가 "영웅소설의 전통과 보수적 기독교
문제"로 설명했다.

6권은 장편 "을화".

김동리문학의 본질이 "인간운명에 도전하기"에 있다고 분석한
김윤식씨의 "을화론-이승과 저승 사이에 걸린 등불 하나"가 같이
실려 있다.

김동리전집은 97년까지 완간될 예정.

96년 발간될 2차분에는 김동리의 문학론과 논쟁등을 모은 평론,
장편7편, 시집 "바위" "패랭이꽃" 등이 수록되며 3차분에는 에세이집과
미발표원고, 자서전이 실리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