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에 밀려 맥을 못추던 한국영화가 춘곤증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금홍아 금홍아" "301.302"의 개봉(22일)을 시작으로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테러리스트" "닥터봉"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등
6편이 잇달아 선을 보인다.

이들 작품은 각기 소재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감독들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올들어 위축됐던 방화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홍아 금홍아"(김유진감독)는 천재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
기생 금홍 사이의 삼각관계를 줄거리로 한 작품.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절을 살다간 두 예술가와 한 기생의 삶을
통해 궁핍한 시대의 절망과 광기를 밀도있게 그렸다.

신인배우 이지은이 금홍역을 맡아 대담한 알몸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태백산맥"의 염상구역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김갑수가
이상, 김수철이 곱추화가 구본웅역을 맡았다.

"301.302"는 박철수감독이 독립프로덕션을 설립해 만든 첫작품.

애정결핍에 허덕이다 각각 거식증과 대식증에 걸린 두여자의 삶을
실험적인 기법으로 다뤘다.

황신혜와 연극배우출신 방은진이 상반된 여성의 삶을 연기한다.

기상천외한 음식과 식인장면등 파격적인 영상이 충격적인 이색영화.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김동빈감독)는 신세대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멜로물.

최진실 이경영이 영화에 처음 같이 출연, 신선한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고 여기에 정선경과 김의성이 가세, 불꽃튀는 연기대결을 벌인다.

가정과 자아찾기의 이중생활속에서 아슬아슬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주인공들의 코믹섹스신이 볼만하다.

"테러리스트"(김영빈감독)는 "모래시계"의 태수역으로 강렬한 액션을
보여준 최민수가 또다시 온몸연기를 펼쳐 주목을 끄는 작품.

경찰관이 되려다 사소한 실수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폭력조직에
가담하는 인물로 나온다.

한석규가 첫 스크린나들이를 한 "닥터봉"(이광훈감독)은 바람둥이
홀아비인 치과의사 한석규와 고집센 노처녀작사가 김혜수가 밀고
당기는 씨름끝에 결혼하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정진우감독)는 핵물리학자 이휘소박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과 핵개발, 한일간의 전쟁등을 소재로 한 것.

정보석이 사건을 풀어가는 신문기자역을 맡고 황신혜가 신마담역으로
농염한 연기를 보여준다.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촬영이 마무리되는대로 개봉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 1일 공개된 "말미잘"(유현목감독)"마스카라"(이훈감독)
"미란다"(문신구감독)가 방화붐의 물꼬를 트면서 그간 이렇다할
한국영화가 없던 극장가에 모처럼 토종정서의 내음이 물씬 풍기고
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