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바지를 입고 있을 때와 꽃무늬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전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행동에 관한 책 "털없는 원숭이"의 저자 데스몬드 모리스는 여성이
일에만 전념할 때와 여성으로서의 꿈을 표출하고 싶을때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꽃은 여성들의 무늬이다.

찻잔문양으로 많이 볼수 있는 전통적인 영국장미는 블라우스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고 유치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알록달록한 작은 꽃무늬는
일본출신의 세계적디자이너 겐조의 트레이드마크.

또다른 일본디자이너 하나에 모리는 의상은 물론 핸드백 반지등
액세서리에까지 자기 브랜드 고유의 꽃무늬를 원용한다.

자연염료를 사용해 독특한 느낌을 살린 브랜드 "오일릴리"는 90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여성스런 일상복으로 인기를 끌어 많은 유사제품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톱디자이너 앙드레김의 트레이드마크 또한 큼직한 꽃무늬
아플리케이다.

패션디자인경향조사전문사 인터패션플래닝에서는 올해 유행품목중
하나로 꽃무늬프린트를 꼽았다.

지난해의 부드러운 파스텔톤과 작은무늬에서 파랑 갈색같은 진한색과
큰무늬로 바뀐 것이 특징이라고.

이를 증명하듯 95년 봄.여름시즌 국내의류업체와 디자이너들은 실크
원단에 패치워크하거나 손으로 그리고 수놓는등 갖가지 기법으로
꽃무늬를 도입한 옷을 내놓고 있다.

개중에는 한복고유의 소재로 여겨지던 꽃무늬양단을 유럽풍의 로맨틱
무드로 표현한 제품(루비나)도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꽃무늬프린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한껏 여성미를 풍기는 아이템이지만
올해에는 레이스와 결합,아기자기함을 더하고 있다.

2~3년전부터 꾸준히 유행의 한자락을 차지해온 긴 꽃무늬플레어스커트
밑단으로 흰색레이스가 3cm가량 내려오는 것은 대표적인 예.

정교하고 귀족적이기보다는 봄나들이 떠나는 소박한 알프스처녀를
연상시키는 이런 차림은 요즘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