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영화화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사상 유례없는 베스트셀러라는 원작이 주는 부담감이 적잖은데다
핵전쟁장면같은 영상에 담기어려운 내용도 많은 만큼 작업이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편집에 열중하고 있는 우진필름<주>
정진우사장(58)을 만났다.

"5월초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핵전쟁장면은 "포레스트 검프"에서 볼 수 있듯 필름합성을
통해 처리중입니다.

사망한 김일성주석과의 포옹장면, 포항제철과 현대조선소등 국내기간
산업 폭격장면 등도 필름합성이나 미니어처를 이용해 촬영을 끝내가고
있습니다"

30억원이 훨씬넘는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에 정사장은 상당한 의욕을
보인다.

국내흥행은 물론 미국 일본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자신감을 피력한다.

해외진출필름은 미국에서 포스트프로덕션작업으로 만들 계획.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영화의 세계화는 우리얘기가 그들의 앞선 기획력이나 제작기술과
결합돼 훌륭하게 포장될 때 가능합니다.

하루빨리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정부가 펴온 영화정책이 꽤나 못마땅하다.

영화를 포함한 영상산업시장이 1조원규모를 넘고있는데도 정부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

"법개정 논의가 무성하지만 영화제작업이 아직도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금융.세제상의 지원을 받지못하는 실정입니다.

자금력이 흥행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을 직시해야죠. 빈곤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영화제작기금" 설치 같은 장치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정사장은 또 국내외 영화계, 특히 동양적정서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한.중.일 3국의 협력필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할리우드영화의 독주를 견제하고 영화
시장의 확대도 꾀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영화 개방에 대해서는 "위성방송을 통해 그들 영화가 안방으로
파고드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규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사장은 85년 문화공간이 절대 부족했던 강남지역에 국내최초로
복합상영관 "시네하우스"를 개관한 장본인.

대종상 9개부문수상작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를 비롯, "심봤다"
"자녀목" 등 행토색 짙은 작품을 연출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제작후 연말쯤엔 금강산을 배경으로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룰 "뻐꾸기를 누가 울렸나" (가제)를 제작할
계획.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