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문학에 대한 비판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90년대문학 전반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세계의문학" "문예중앙" "문학동네"등 계간
문예지들은 95년봄호를 통해 일제히 상업주의로 인한 우리문학의 방향상실과
경량화를 꼬집었다.

문학평론가 권성우씨는 "다시,신세대문학이란 무엇인가"(창작과비평)에서
"신세대문학은 우리문학의 가장 매력적인 상품이며 후기산업사회의 문화적
논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켜주는 대상"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젊은작가들이 지나치게 오락적이고 유희적인 기능에 발목잡혀
있다고 지적,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박한 상품성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무웅씨는 계간소설평 "변화된 현실과 객관세계의 준엄성"(창작과비평)을
통해 윤대녕씨와 신경숙,김소진씨등의 소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염씨는 윤대녕씨의 장편 "옛날영화를 보러갔다"에 대해 주인공이 현실과
환상의 교차를 통해 무의식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역사적차원을
결여한 매우 독특하고 미묘한 사적체험의 모습으로 신비화돼 있다"고
말했다.

신경숙씨의 단편 "전설"에 대해서는 "산사람의 숨결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중편 "깊은숨을 쉴 때마다"는 "글쓰기의 극진한 공력을 역으로 보여
주는 공허함의 표출"이라고 분석, "그의 문학적 행로가 위태로운 갈림길에
다다른 것같다"고 진단했다.

김소진씨의 단편 "아버지의 자리"는 "아버지와 나의 삶을 심층적으로
파헤치기보다 무난한 수준에서 대비시키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작가 윤대녕씨는 자신의 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가 이미지구성방식으로 씌어져 미흡한 점이 있다고 전제한뒤 "90년대소설을
두고 전형이 없다고들 하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작품이 계속 쓰여졌으며
당분간 우리문학은 다원주의를 반영하는 사소설경향의 작품이 늘어날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문예중앙).

그러나 임규찬씨는 "문학동네" 특집 "새로운 현실상황과 문학의 길"에서
역시 "신세대작가들로 일컬어지는 상당수의 젊은작가들은 명확한 주관도
없이 새로움의 허세에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따라서 "수많은 환상의 손에 사로잡힌 주관성과 상상력의 과잉"
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홍정선씨도 "문사적 전통의 소멸과 90년대문학의 위기"(문학과사회)를
통해 우리문단에서 "삶과 죽음,개인과 사회,신과 인간등 존재를 둘러싼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사라지고 가능한한 부담스럽지 않게 개인적
인 문제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인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이제 특정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이러한
문학적 추세"임을 강조한 홍씨는 전통에 뿌리를 둔 진정한 "문학적 자부심"
의 회복이야말로 위기를 뛰어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