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공연의 거리 대학로.그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연우무대소극장
이 있다.

요즘 이 소극장이 몰려드는 관객들로 만원이다.

서도소리 배뱅이굿을 현대화한 연극 "굿모닝 배뱅이"(최강지각색.연출)
때문. "똑순이"로 더 잘알려진 배뱅이역의 김민희(24)씨를 만났다.

크지않은 키, 유달리 커다란 눈, 단단한 입매무새등 독특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1일부터 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두차례씩 무대에 서왔는데
최근 유행하는 독감때문에 이번주부터 공연횟수를 한차례로 줄였다고.

"감기때문에 해야될 일을 못하는 아쉬움이 커요. 완벽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연습한 서도소리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데요"

아역배우에서 벗어나 프로무대에 맞는 연기자로 성장했음을 전하는
대목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그는 정통소리꾼이자 동료배우인 박정욱씨로부터
2개월남짓 서도소리를 배웠다.

"제가 사는 인생을 여러분께 보여주고 싶어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는 그런 연예인말고요".

돈이나 명예,인기같은 것을 쫓기보다는 건방지지 않고 자기일을 사랑하며
작은 일에도 열심인 그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설명이다.

"예상밖으로 관객들이 좋아하셔서 놀랍고 실감이 나질 않아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바심내지 않고 자연스레 연기자로서의 영역을 키워가고싶어요"

동국대연극영화과 4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졸업후 미국에서 연기공부를
더해 평생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연출선생님께서 등을 돌리고 앉아있다. 기초가 부족한 내
몸동작이 마음에 안드시나보다. 그걸보며 내 근육은 더욱 굳어만 간다.
나는 이 작품에서 완숙한 예술가보다는 보통의 김민희가 가진 희노애락을
담아 무대위에서 펼쳐 관객과 하모니를 이루는 멋진 "인생"하나를 채우고
싶다."

공연팸플릿에 적힌 독백이다.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명쾌하게
"있다"고 답하는 그를 보며 만만찮은 배우 한명이 크고 있음을 느겼다.

< 언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