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칠 감로화전이 22-28일 서울종로구인사동 공평아트센타(733-9512)에서
열리고 있다.

감로화는 불교의식의 하나인 영가천도제때 쓰이는 불화로 본래 사회현실을
반영하는 역사기록화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손씨의 이번 발표작 역시 이같은 감로화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출품작은 "천수천안관세음"연작등 2백-1천호 크기의 대작 40여점.

"천수천안관세음"연작과 전통기법을 그대로 드러낸 "칠여래", 추상형식을
빌어 열반세계를 표현한 "수미산"등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가운데 특히 "천수천안관세음"연작은 눈의 형상만으로 화면을 가득 채운
독특한 구성의 작품들.

눈동자부분에 공해 교통사고 살인등 우리시대의 문제를 담음으로써 강한
메시지와 함께 보는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전시작에는 또 성수대교참사 AIDS 우루과이라운드등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점들이 숨김없이 드러나있다.

강한 채색과 사진콜라주등의 기법을 원용, 다소 거칠게 처리한 화면들은
현실세계의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려는 의도를 잘 전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강우방씨는 "손씨의 이번 발표작들은 채색
이나 기법에서 전통감로화를 현대적으로 수용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 감로화
의 양식변화과정에 큰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불화의 형식과 양식에 현대회화를 무리없이 결합해냄으로써
불화를 현대적으로 변용해 나갈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국대 불교대학 미술과를 졸업한뒤 모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손씨는
그동안 주요 사찰의 탱화및 단청보수와 유명선사들의 진영을 그리는 작업을
해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