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주 < 쟈니로 쥬디체(여성) 디자이너 >

계절상으로는 겨울이지만 입춘이 지나서인지 차가운 공기 사이로 봄냄새가
느껴진다.

두껍고 어두운 색상의 겨울옷은 더이상 입기 싫어지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인듯. 겨울과 봄 사이인 요즈음 어울리는 옷은 어떤 것들일까.

올봄패션계의 기본테마는 순수함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감미로운 자연의 향기,도시적이고 모던한 외양을
하고 있어도 어쩔수 없이 드러나는 내면의 순수함등.

따라서 색상 소재 실루엣이 가볍고 밝다.

야성적인 느낌의 진,광택있는 가죽,번쩍거리는 금속성의 소재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우며 자연스런 질감이 느껴지는 여성적인 소재가 많이
사용된다.

몸의 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여유있고 부드럽게 흐르는
곡선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은 바이어스로 재단한 A라인 스커트.

여기에 기본형의 베이직한 재킷과 짧은 니트탑을 코디네이트하면
전통적인 여성미와 유행스타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수 있다.

만약 올봄의 흐름에 조금 더 민감하게 대응,보다 트렌디하게 보이고
싶다면 기본형 울재킷에 새틴(광택있는 질감의 올해 유행소재)으로
만든 스커트나 탑으로 악센트를 주는 것도 좋다.

색상은 흰색 중심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의 내추럴컬러의 동색계열
매치가 기본. 여기에 올 유행색인 분홍과 은색으로 포인트를 주면 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계속되는 복고풍의 유행추세에 맞춰 올봄에는 무릎 바로위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으면 패션리더로서 손색이 없다.

흰색이나 은색의 가벼운 니트와 가느다란 벨트를 매주는 것이 포인트.

작년까지 계속됐던 레이어드룩은 유행의 대열에서 사라진다.

여러 소재가 겹치고 늘어지는 것보다 최대한 간편하고 심플하게 입는
것이 이번 봄여름 시즌의 가장 큰 흐름.

지난 어느 시즌보다도 밝고 깨끗한 색상으로 자신을 표현할수 있는
기회인 듯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