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영배특파원] 유엔이 국제교육기금마련을 위해 매년 선정하는 "올해
의 예술인"에 우리나라 서양화가 김원숙씨(42)가 뽑혔다.

유엔이 선정하는 "올해의 예술인"으로 한국인이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올해는 유엔 창립50주년이 되는 해여서 김씨의 수상은 더욱 뜻깊은 일
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엔의 자문기관인 WFUNA가 주관하는 "올해의 예술인"선정사업은 지난 66년
부터 시작됐으며 첫해에는 살바도르 달리,이듬해에는 샤갈이 선정되는등 유명
예술인들이 이 상을 받았다.

수상작은 "보름달 여인(Moon Lady)".머리를 쪽진 한국여인이 가슴에 새를 안
고 보름달을 쳐다보는 형상의 이 작품은 한국적인 정서를 잘 나타내면서 동시
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유엔이 추구하는 이상과 부합된다는 평을 받았
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평론가 카터 래트클리프씨는 "김씨의 그림은 시공을
초월하면서 무엇인가를 간절히 기원하는 듯하다"고 말하고 "아울러 그 기원
속에는 인류의 화합과 미래에 대한 평화등이 깊게 녹아있는 것같다"고 밝혔
다.

이 작품은 현재 유엔50주년 기념로고가 새겨진 판화와 우표로 만들어져 일
반에 판매되고 있다.

7백50장 한정제작된 판화(장당 4백달러)는 이미 매진된 상태. 김씨는 또
"올해의 예술인"으로 선정됨에 따라 유엔50주년 대표작가 자격으로 오는9월
북경에서 개최되는 "여성에관한 세계회의"기간중 열릴 그룹전에 초대됐다.

유엔이 공식후원하는 이 그룹전에는 등소평의 딸 등린을 비롯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의 작가들이 참가할 예정. 김씨가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홍익대
1학년을 마친 72년.도미후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칠때까지 주로
추상화를 그렸다.

그러나 추상화가 가지고있는 난해성때문에 자신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씨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때부터 미당시집을 읽고 우리설화에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전한 그는 이후
계속해서 한국적인 소재의 생명력있는 작품을 그리게 된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동안 한국을 비롯 일본 미국 독일등 세계각국에서 26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올해에도 뉴욕등에서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올해의 작가"선정행사는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이자리에서 김씨는 갈리총장에게 자신의 수상추천작 "보름달 여인"을 전달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