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의 매력은 극장에서와 달리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몇번이고
반복해서 볼수 있다는 점이다.

2월에 나오는 비디오중에는 그런 즐거움을 충족시켜주는 수작이 많다.

내용과 기법 어느쪽이로든 화제가 된 다양한 장르의 세계각국영화가
대거 출시돼 비디오팬들을 설레게 한다.

지난해 국내영화계 최대의 화제작인 임권택감독의 "태백산맥", 94아.태
영화제 작품상에 빛나는 대만영화 "음식남녀"(이안감독), 프랑스 신세대
영화기수인 레오까락스감독의 "나쁜피"(원제 MAUVAIS SANG )와 94유럽
영화제 신인감독상의 "미나 타넨바움"(마르틴느 두고브송감독), 그리고
공포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현기증"(원제 Vertigo )이 바로
화제의 비디오.

"태백산맥"은 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 30억원의
제작비와 7천여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대작으로 극장상영에서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안성기(김범우역), 김명곤(염상진역), 김갑수(염상구역)씨의 민족주의와
좌.우익을 대표하는 연기대결이 일품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제 작품상을 획득한 여세를 몰아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분 본선에 올라있다.

"음식남녀"는 "결혼피로연"에서 특유의 휴머니티를 바탕으로 섬세한
동양적 정서를 선보였던 이안감독이 만든 가족영화.

전직유명호텔 요리사인 주사부와 그의 세딸을 중심축으로 남녀간,
그리고 세대간 갈등을 감칠맛나게 풀어간다.

영화제목은 고전 "예기"의 "음식남녀, 인간의 대욕은 여기에 있다"는
글귀에서 따왔다.

"나쁜피"는 "퐁네프의 연인들"로 국내에도 잘알려진 레오까락스감독이
25세때 완성한 영화.

80년대에 등장한 프랑스영화의 새 흐름인 누벨이마쥬(새로운 이미지)의
거장답게 빛을 통한 색다른 영상과 색채감각, 빠른 리듬감등을 선보인다.

영화의 무대는 질식할듯한 무더위속에서 모두가 무기력증에 빠져버린
파리.

갱단이던 아버지의 죽음에서 비롯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바탕으로 부조리
한 현실을 뛰어넘으려는 남녀간의 광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퐁네프의 연인들"에 함께 출연했던 줄리에트 비노쉬와 데니라방 커플이
나란히 등장하고 있다.

"미나 타넨바움"은 두고브송감독의 92칸느영화제 최우수시나리오를 프랑스
벨기에 네델란드 3개국이 합작해 제작한 영화.예술영화를 표방한 이 작품은
잘 배치된 화면색깔과 조명에서 탁월한 미적감각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영상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마르틴느 두고브송감독은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감독과 함께 세계 여성감독의 대표주자.

두여자 미나와 에델이 일곱살때 발레학원에서 만나 성장하면서 겪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구속, 그리고 죽음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현기증"은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1958년작으로 세계영화사에서 손꼽히는
명작중 하나.

전직형사 스코티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친구아내 매들린을 감시하면서
일어나는 사랑과 음모를 다룬다.

고소공포증환자 스코티가 종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볼때 느끼는 현기증을
표현한 줌인-트랙아웃기법은 히치콕감독이 15년간 궁리한 끝에 만든
것이라 해서 유명하다.

< 언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