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유순하씨(52)가 삼성그룹과 이건희회장의 개혁경영을 해부한
"삼성 신화는 없다"(고려원간)를 출간,업계는 물론 사회각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씨는 이책에서 삼성과 이건희회장의 개혁과정을 단순히 한 기업의
일이 아닌 우리사회전체가 당면한 현실로 풀이,이의 성공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체분량은 2백자원고지 1천장.가전제품 애프터서비스담당 말단직원의
태도부터 신경영운동의 허실까지를 역외자인 소설가의 눈으로 가감없이
다뤘다.

삼성을 택한 것은 "외형도 크지만 한국 경제사를 통틀어 가장 교과서적
으로 성장해온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조직과 개인의 경쟁력이
세계화의 승패를 결정짓는 시점에서 "제3차원의 상술"이야말로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관건이 된다고 강조한다.

"제3차원의 상술"이란 무엇인가.

불고기집에 가면 흔히 주인이 고기를 많이 주는 것만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손님이 배가 부른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오히려 적당한 양만큼 맛있게 먹도록 절제시키고 건강을 염려해주면
고객은 신뢰와 감동으로 그집을 기억하게 된다는 얘기다.

불고기집주인의 이같은 신사고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설명이다.

결국 진정한 서비스는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유씨는 바로 이 "제3차원의 상술"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삼성을
분석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일류는 아직 멀었다.

18만명 대식구에 노조도 없고 사원들에 대한 좋은 대우와 많은 이익창출
에도 불구,그룹총수의 의견이 조직곳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계열사 사보마다 신경영 1년을 결산하는 특집들이 실렸지만 한결같이
실적을 자랑하고 있을 뿐 이회장이 그토록 강조한 인간미나 도덕성회복
문제를 앞세워 다룬 곳은 없었다.

총수의 뜻이 올바로 전해지지 않는 듯한 인상은 다른쪽에도 많다.

그런가하면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광고에서도 볼수 있듯 삼성은
일등달성에 대해 너무 조급해하는 것같다고 지적한다.

과정을 중시한다고 천명한 것과 달리 결과주의나 실적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삼성의 초일류 지향이 실패하면 국가나 사회적으로 모두 손실이라고
말한다.

일류화는 이제 특정기업이 아닌 우리모두의 생존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제3차원의 상술"과 "질로 가자"는 지렛대를 이용,현실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도태된다.

그는 따라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비판과 이를 바탕으로 초일류기업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유순하씨는 68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했으며 오랫동안 다국적기업인
유니온가스사에 근무했다.

80년대후반부터 "생성" "내가 그린 내얼굴 하나"등 기업및 노사관계를
다룬 작품을 발표,주목받아왔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