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합병)의 희생양이 된 산타클로스.

법정에선 산타클로스의 존재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꼬마소녀는 산타에게 사탕과 과자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잔디밭이 멋진
새집에서 자상한 이웃집 변호사아저씨를 새아빠로 맞아 함께 살게해 달라고
기원한다.

크리스마스시즌을 겨냥해 개봉되는 10여편의 영화중 유일하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전하는 "34번가의 기적"은 이처럼 미국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일반적인 헐리우드영화와 달리 잔잔한 감동과 웃음이 넘치는 최루성
코믹물이다.

북극산 산타클로스를 자처하며 양로원에서 지내던 크링클.

그는 산타와 너무나 닮은 용모와 투철한 "산타의식"덕에 우연히 뉴욕시
34번가에 위치한 콜즈백화점의 전속산타클로스가 된다.

찾는 물건이 없으면 다른곳에서라도 꼭 살 수 있도록 주선하는 그의 친절에
힘입어 재정난에 허덕이던 콜즈의 매출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다.

그러나 누군가의 성공에 대한 질투가 없다면 영화가 만들어질까.

콜즈의 실적을 떨어뜨려 싼값에 "꿀꺽"하려는 경쟁사 샤퍼즈익스프레스는
콜즈에서 해고된 주정뱅이전직산타를 이용해 클링크로 하여금 폭행죄를
저지르게 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클링크는 산타를 자처, 정신병원으로 옮겨지고 법정에서는
과연 그가 진짜산타클로스인가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된다.

콜즈의 기획실장 도리와 딸 수잔, 도리와의 결혼을 꿈꾸는 변호사
브라이언은 콜즈의 생존과 "이 시대의 양심" 크링클의 명예를 위해 일대
접전을 벌인다.

샤퍼즈익스프레스와 결탁한 검사와 변호사 브라이언간의 팽팽한 논쟁속에서
갈피를 못잡던 판사는 엉뚱하게도 달러에 새겨진 문구에서 판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미국정부가 지폐에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새겨넣는 것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인정하기 때문인 만큼 어린이들이 믿는
산타클로스 역시 존재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깜짝판결문에 따라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

클링크역의 리처드 아텐보로우와 아역배우 마라 윌슨의 연기가 돋보인다.

(17일 서울 녹색 동숭아트홀등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