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뉴욕시 무주택자들(홈리스 피플)의 삶을 다룬 "세인트 오브 뉴욕"은
보기 드물게 빼어난 사회영화다.

이 영화의 장점은 정치.사회적 주제를 다룬데 있지 않다.

그보다는 효과적인 인물설정을 통해 있을법한 이야기를 과장없이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영화의 배역들은 미국사회 기층민들의 면면을 대변한다.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거리에 나서게된 흑인
제리(데니 글로버)는 베트남참전용사다.

총상으로 인한 무릎관절염에 시달리는 그가 믿는것은 잠시나마 통증을
잊게해주는 존슨&존슨사의 진통제뿐이다.

전직사진작가 매튜(맷 딜런)는 환청증세에 시달리는 정신장애자.
어머니가 어느날 훌쩍 플로리다로 떠나버리자 그는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다.

지폐 16장도 못셀 만큼 자폐증에 빠진 그는 필름없는 빈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셔터만 누른다.

임신중에도 담배를 피워대다 유산한 백인가출소녀 탬슨과 그녀의
흑인남편 로사리오,손목을 움직일수 없을 정도로 평생 구두만 닦아온
스피츠,벼룩의 간을 빼어먹듯 무주택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흑인부랑아들.

실제로는 철저하게 변두리인생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영화에서는
중심인물을 떠맡는다.

영화는 제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시당국이 대형실내체육관에 마련한 무주택자 집단수용소에서 만난
제리와 매튜는 폭력배들이 우글대는 수용소를 빠져나와 함께
야채장사를 할 꿈을 키운다.

교통혼잡으로 길에 서있는 차의 유리창을 닦아가며 밑천을 모으는 동안
둘 사이에는 부자의 정이 싹튼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경찰의 불심검문으로 다시 수용소에 연행된 매튜가
깡패두목의 칼을 맞고 죽음으로써 처절히 짓밟힌다.

집단매장지에 아무렇게나 묻히는 매튜의 관앞에서 제리는 "알몸둥이가
된채 정글을 빠져나온 자신"을 발견하면서 목숨이 붙어있는한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고 다짐한다.

"아웃사이더"에서 제임스 딘의 아류이미지에 머물렀던 맷 딜런의
성숙한 연기와 "러셀 웨폰"의 형사역으로 낯익은 데니 글로버의
원숙미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펙터클한 맛은 없지만 비디오로 보기에는 적합한 짜임새를 갖고
있다. "용기있는 90년대 사회파감독" 팀 헌터가 메가폰을 잡았다.
(19일 뤼미에르 개봉)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