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란 역사적으로 제2의 개국을 의미합니다. 우리선조들은 19세기말
제1의 개국 당시 처참하게 패배했습니다. 이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때의 승리자 일본을 똑바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론붐의 주역 "일본은 없다"(전여옥저)에 대해 정면대결을 선언하고
나선 "일본은 있다"(고려원간)의 저자 서현섭씨(50).

"일본통"을 자처하는 현직외교관(외무부 구주심의관)인 그는 일본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에서 벗어나 보편.객관적인 시각을 갖자며 이같이 출간의 변을
털어놓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일본관련서적이 ''증일''을 유도하며 독자로
하여금 일회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은
무조건 미워할 대상이기보다는 반드시 풀어야할 일종의 ''화두''입니다"

서씨의 대일본론도 "없다"에서부터 시작됐다.

77년 일본의 "국제법연구회"주최 학술모임에서 "일본인과 일본의 대한
정책"을 발표할 때만해도 그역시 "일본깎아내리기"의 선봉장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일본관의 결과가 무의미한 자기만족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뒤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전환"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책은 80년대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원에서 네덜란드.일본관계연구를
시작한뒤 지금까지 1,000여권의 일본관련서적을 독파한 "한우충동"의 결실
이다.

서씨는 "일본의 역사는 곧 국제화의 역사"라고 요약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으로 상대적 가치관존중, 왕성한 지적
호기심, 천하제일을 지향하는 장인정신, 높은 기록성, 다양한 분야의 인재
양성등을 꼽는다.

향후 한.일관계에 대한 그의 전망은 분홍빛이다.

한국의 근면성과 일본의 자본력이 뭉칠때 시베리아개발같은 거대 프로젝트
는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남구례 출신.

88년 메이지대학에서 "근대한일관계와 국제법수용"이란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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