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장점이 될수도 있습니다. 말을 못알아
듣기 때문에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11월3-12일 국립극장대극장무대에 올려질 국립극단의 가을공연작 "노부인의
방문" 연출을 담당한 독일인 클라우스 메츠거(43)씨는 통역을 통해 배우들과
의사교환을 해야 하지만 연습과정이 재미있다고 밝힌다.

"노부인의 방문"(뒤렌마트작)은 엄청난 돈앞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다룬 작품.

사랑하던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채 그에게 버림받고 고향에서 쫓겨난
여자가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귀향, 마을사람을 매수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국립극장이 88년부터 기획해온 "세계명작무대"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연극은 무대장치도 독일인 레르히 바우머씨가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거 여자의 복수에 초점이 맞춰져 국내에 소개됐던 것과 달리 메츠거씨는
"작가가 희비극이라고 규정한 원작을 충실히 살려 희극성과 비극성을 조화
시키는데 주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메츠거씨는 독일 샤우비네, 프라이부르크 시립극장, 튀빙겐 시립극장등에서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9월말에 내한, 국립극단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진행중인
메츠거씨는 "한국배우들이 시간약속을 잘 지키고 친절하다"며 "한국의
작업방식이 낯설지만 서로 이해하며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또 "희곡이나 연극을 통해 세계를 알수있다"면서 "한국관객들이 "노부인의
방문"을 통해 유럽을 이해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