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갈매기를 잡아라"

암호문같은 이 말은 국내 첫성인용만화영화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블루시걸"의 개봉경쟁을 빗댄 극장가의 유행어.

개봉(1 1월5일)을 10여일 앞둔 현재 그 양상은 한마디로 점입가경이다.

제작사인 용성시네콤(대표 김종성)은 지금까지 명보프라자 힐탑시네마
시티극장 한일시네마등 서울의 11개 극장을 비롯 전국적으로 45개 극장과
상영계약을 맺었다.

이 수치만으로도 국내영화로 동시개봉 최다기록을 가진 "태백산맥"(43개)
을 능가한 셈이다.

현재 계속 폭주하는 문의를 감안하면 50개극장 동시개봉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용성시네콤측은 "지역안배를 고려해 선정중이기 때문에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관객도 서울 50만등 전국적으로 1백만명동원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세계애니메이션시장 도전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지난해 2월 제작에 들어간 이 영화는 현재 마지막작업인 더빙만
남겨둔 상태.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 "알라딘"과 "라이온 킹"에 로빈 윌리암스,제레미
아이언스등 유명배우가 각기 "목소리연기자"로 발탁됐듯이 이 영화에도
국내 정상급 연예인들이 목소리로 출연한다.

남녀 주인공역에 캐스팅된 최민수,김혜수를 비롯 엄정화 조형기 노영국
등이 개성있는 목소리를 통해 화룡점정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블루시걸"은 도굴꾼에 의해 외국으로 밀반출된 "조선왕조 하사보검"을
둘러싸고 일본의 야쿠자와 미국의 마피아조직에 대항해 싸우는 한국청년
"하일"과 애인 "하린"의 모험과 로맨스를 그린 90분짜리 액션.에로물.

스토리자체는 단순한 이 영화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는 몇가지 요인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국내최초의 본격적인 성인애니메이션영화"가 풍기는 "야릇한
이미지"가 일반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따라서 공륜의 가위질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단단히 각오하고 오라"는 공륜측의 엄포에 시네콤은 "국내 첫시도인
만큼 의의를 인정해 줬으면 한다"는 희망을 나지막하게 털어놓고 있다.

미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등의 수출용필름에는 진한 정사장면을 수정없이
포함시킬 계획.

현재 추진중인 수출계약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블루 시걸"은 우리도
독자브랜드 만화로 세계시장에 도전한다는 의의를 얻게 된다.

여기에 20여분에 걸친 컴퓨터그래픽효과,영화개봉과 동시에 시판될 각종
캐릭터상품도 인기를 부추기는데 한몫하고 있다.

가상공간에서 물체을 움직이게하는 3차원기법으로 뉴욕의 밤과 낮,빌딩숲
사이를 누비며 전개되는 헬리콥터 전투장면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현재 잠실 롯데화랑에서는 축소형 보검,T셔츠,패션시계,모자등의
캐릭터 상품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만화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톱디자이너 이신우씨가 극중의상의 디자인
을 맡은 것도 주목을 끄는 사항. 오중일감독은 "세계수준의 제작기법과
걸출한 애니메이터들을 가지고도 외국사의 하청일만 하는 가슴아픈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만화인생 20년을 걸었다"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던졌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