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데모크라시,백 투 베이직스,실질강건,TPO,트위너족. 흡사 암호문같은
일련의 단어들이 나타내는 것은 무엇일까.

얼핏보기에는 연관이 없는 듯하지만 실은 모두 하나의 표상을 지향한다.

그 공통점은 다가올 21세기의 소비시장을 특징짓는 키워드들이라는
것이다.

신한종합연구소 사회문화팀(팀장 이춘국)이 1년여의 준비끝에 내놓은
21세기 생활패러다임 전망서 "트렌드 21"은 이처럼 21세기 소비시장의
전개방향을 제시,주목을 끌고 있다.

이책은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저서들이 흔히 취하기
쉬운 계량적방법 대신 기호론( Semiotic )적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다.

"강남 압구정동에 키드하우스라는 어린이전문백화점이 등장했다"
"토털패션을 주제로 한 디스플레이들이 확산되고 있다"등에서 포착한
이미지와 신문 잡지등에 자주 등장하는 신조어를 분석해 사회흐름의
맥을 잡는 방법이다.

"트렌드21"은 다음세기 우리의 소비생활패턴을 "3R"라는 약어로
압축한다.

"Riches""Ripeness""Rest" 의 머릿글자를 딴 "3R"는 생활의풍요 정신적
성숙 시간적여유를 의미한다. 이같은 소비구도 변화의 기저에는 몇가지
중요한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생산지향사회는 소비지향형으로 이동하고 세대구성은 실버층
신중년세대의 대두로 크게 바뀔 것임을 전제한다.

우먼파워는 더욱 증대되고 여가시간이 라이프타임의 중심을 차지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소비주역은 누가 될 것인가. 어린이 노인 여성
그리고 신세대이다.

가족당 2명미만의 자녀출산풍토가 지속되면 "장남.장녀시대"가 도래하고
이는 보다 고급화된 어린이마켓의 등장을 예고한다.

경제력을 지닌 노인세대의 출현도 점쳐지고있다.

이들은 부유하다는 의미에서 "우피족( Well-off Older People )"으로
일컬어진다.

이들을 겨냥한 다양한 실버산업과 의료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통칭 X세대로 불리는 신세대층을 염두에 둔 상품들은 TPO개념을 새겨둬야
할 것이다.

시간( Time )장소( Place )경우( Occasion )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취향을 읽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은 새로운 소비시장과 기업마케팅을 낳게
마련이다.

물질만능으로 치달은 산업혁명이후의 사회상은 전통을 되찾자( Back
to Basics )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심플라이프,본업에 충실하자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청교도적인 성향을 지닌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세대를 가리키는 트위너
( Tweener:between 에서 나온 말로 이웃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최근
일본잡지를 도배하다시피 하는 "성숙자""오토나(대인)소비"등은 신중하고
실질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성숙한 소비자"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이들이 선택하는 소비패턴은 "납득형 소비" 즉 쓸데없이 부가기능이 많은
상품보다 조작이 간편한 이지( Easy )상품,경박단소보다는 실질강건한
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의식주라는 기본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할까.

식생활에서는 유연한 가족관이 부각되면서 "가족교류형"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패스트푸드점이 퇴조하고 대신 "패밀리레스토랑"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의생활과 주생활에서는 자신의 주체적 판단에 의해 스스로의 패션을
선택.창조해 나가는 "패션데모크라시"현상과 거주대상별로 특화된
주택이 강조되는 "멀티 해비테이션"개념이 미래의 주거양상을 지배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레저생활이 의식주에 버금가는 삶의 한축을 이룰 전망이다.

이번 "트렌드21"의 발간에는 팀장인 이춘국씨를 비롯 박영배 홍종대
박수용 최준영 홍금순씨등이 참가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