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남성정장의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와이셔츠와 넥타이의 사용이 줄고 라운드셔츠와 조끼가 정장의 새로운
코디네이션품목으로 떠오르는등 "와이셔츠에 넥타이, 상하 같은 색상과
소재의 싱글"로 대변되던 남성정장의 형태가 사라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것.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95춘하남성기성복컬렉션에서
조지오 알마니, 지안프랑코 페레등 세계유수의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종래
남성정장이 지니고 있던 딱딱하고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여성적이고
부드러우면서도 활동적인 의상들을 선보였다.

이들의 발표작을 통한 95년봄여름 멋쟁이남성의 모습은 "출렁이는 긴
머리, 어깨에 흘러내리는 긴 숄, 아름다움과 다채로움, 의상의 조합"등으로
요약된다.

여성용블라우스같은 셔츠가 대거 등장했는가 하면 부드러운 어깨선, 다양한
디자인의 작품이 주종을 이뤘다.

이같은 경향은 전세계적으로 권위보다는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자유주의 패션바람이 강하게 일면서 기성세대의 복식에도 영향을 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컬렉션에서 눈에 띄는 가장 큰 특징은 세단추양복의 일반화.

이와함께 셔츠와 넥타이대신 시폰셔츠, 저지소재의 베스트, 니트로 짠 작은
조끼등이 내년 남성복의 중요코디네이션품목으로 이용되고 있다.

조지오 알마니는 밀라노컬렉션에서 언라인드타이와 긴셔츠를 부드럽고
세련된 재킷과 조화시킨 작품을 내놓았다.

또 스마킹(벌집모양의 주름장식)은 맨더린(중국식칼러)과 V네크칼라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지안프랑코 페레는 몸의 곡선에 맞춘, 이탈리아남부의 전통의상을 선보였고
지아니 베르사체는 뱀가죽무늬의 턱시도를 뱀가죽부츠등과 함께 소개했다.

피에르 발망은 파리컬렉션에서 목가적인 분위기의 꽃무늬셔츠와 모래빛
재킷으로 여성적이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을 선보였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