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순수-대중 혹은 고급/저급으로 양분하는 것은 더이상 아무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설책 광고가 보편화되고 광고의 과다에 따라 베스트셀러가 결정되는
마당에 소설을 여전히 예술/통속 식으로 나누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
하는 처사라는 설명이다.

문학평론가 김성곤씨(서울대교수)와 조남현씨(서울대교수)는 최근 계간
"소설과 사상"(고려원간)가을호를 통해 이같이 주장, 주목을 끌고 있다.

현실과 맞지 않는 그같은 분류를 고집하기보다는 오히려 메시지와 읽을
거리를 적당히 혼용한 중류소설의 형태를 인정함으로써 건강한 문학풍토가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이들 두 중견평론가의 견해.

광고로 인해 소설계에 일고있는 변화를 분석한 논문은 김성곤교수의 "대중
문화 중류소설 소비사회"와 조남현교수의 "광고와 우리소설의 명암".

김씨와 조씨는 각각의 글에서 소설광고가 보편화되면서 고급문화와 대중
문화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으며 새롭게 나타난 "읽을만한" 오락소설 소시민
소설 추리소설등 중류소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그 까닭으로 먼저 우리사회가 대량소비사회라는 사실을 들었다.

상품은 물론 결혼 건강 미 개인의 능력등 추상적인 것까지 상품화되어
팔리는 소비사회에서 문학과 예술 역시 대량소비품목으로 떠올랐고 따라서
과거 엘리트들이 독점했던 문화적 귀족주의는 존재할수 없다는 것.

대중매체가 발달하면서 예술은 일반의 일상과 밀접한 생활의 일부가 됐고
독자들이 선택한 책 역시 쉽고 재미있는 대중소설이다.

출판사들은 막대한 광고비를 투자해 책을 선전하고 때로는 광고비의 일부나
전부를 저자가 포기한 인세로 충당하기도 한다.

그 결과 수준미달의 책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고 이런 와중에
중류문학의 탈을 쓴 상업소설 통속소설이 대량으로 유통되게 됐다.

순수문학을 표방한 에로소설의 범람도 그 한 예에 속한다.

현실이 이런 만큼 고급소설을 고집하던 쪽에서도 엘리트주의적 고정관념
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와 영상문화를 적극 수용, 장르 확산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추리소설 환상소설 스파이소설등 과거 하류장르로 취급됐던 부류의
소설도 이제는 새로운 의미의 중류소설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조남현씨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 순수.대중 고급.저급 예술.통속
따위의 이분법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미 대중소설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그냥 읽는 소설,이해하는 소설, 소비하는 소설로 삼분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독자도 오락적 가치를 추구하는 독자,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독자, 소비적 가치를 따라다니는 독자로 나뉜다고 덧붙인다.

조씨는 오늘날 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작가와 독자는 점점 외로운 "이상파"
가 되고 있고 오락적 가치나 소비적 가치를 따라다니는 작가와 독자는 옳고
그른 문제와 상관없이 엄연한 "현실"로 부상되고 있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권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