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들"은 그동안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노르웨이영화다.

거친 자연환경에서 자라 진취적이고 정열적인 북구인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 여인들과 쉽게 사랑에 빠지고 현실보다는 몽상의 세계를 즐기는
정서가 약간 불안정한 전신기사가 주인공이다. 그의 야망과 좌절,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지순한 사랑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얽혀있다.
20세기초 노르웨이의 한귀퉁이 로젠가드라는 해안도시. 전신기사
롤란슨 (비욘 플뢰버그)은 자칭 발명가이자 달관한 철학자이다. 일에
열중하는 대신 아교공장여공들과 시시덕거리며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는 고독한 사람. 기껏 빚을 내 개발한 발명품은 독일회사에서
퇴짜맞고 오래전부터 연모해온 부자집딸 엘리제(마리 리차드슨)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

마을에 새목사가 오자 롤란슨은 목사의 아내에게 접근한다. 돈이 궁해
가짜 도둑행세를 해 자수포상금도 챙긴다. 그러나 목사부인과의 밀회를
엘리제에게 들키고 가짜도둑행세도 진범이 잡히면서 발각된다. 물개와
바다사자가 사는 작은 섬에 숨어 괴로워하던 롤란슨은 방황의 원인을
알아내고 로젠가드로 돌아온다. 엘리제를 다시 사랑하는 것이 유일한
치유법이었다. 발명품이 진가를 인정받아 부자가 되고 그의 진심을 안
엘리제 또한 그의 품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에는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이 가득 담겨있다. 일년 중
열한달간 계속되는 백야는 영화전편에 환상적 분위기를 불어넣고 있다.
바람 많은 툰트라의 삼림, 깍아지른 듯한 피요르드식해안의 절경 등은
롤란슨의 거친 정서와 그대로 연결된다.

그 광막한 자연을 정열의 상징으로 이끌어내는 에릭 구스타브슨감독의
연출력이 인상적이다. 19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의 문호 누트
함슨의 원작에서는 민족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전해진다. 육체적 사랑에
탐닉하는 것을 타락으로 보지 않는 노르웨이정서는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벼락부자가 되는 결론도 전체맥락에서 어긋난다. 신분의 수직
상승은 열정과 연결되기 어려운 외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성을 주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성도 고려한 영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본선진출
작품이다. (26일 아세아극장개봉)

<권령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