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읍을 지나 강화에 거의 다다른 지점 밭 한가운데 있는 우사용 가건물.

나무로 얼기설기 바람만 겨우 막을 수 있도록 지어진 이곳에서 조각가
박헌열씨(39)는 먹고 자면서 작품과 씨름한다.

21일-2월2일 서울강남구청담동 박영덕화랑(544-8481)에서 갖는 다섯번째
개인전의 출품작은 바로 이처럼 한겨울 들판의 바람속에서 만든 것들이다.

"친구가 가락동의 한 아파트를 빌려줬어요. 가락동에서 이곳 작업장까지
다니려니까 하루 5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게 되더군요. 결국 지난 11월
작업장 한쪽에 작은방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춥고 불편하긴 하지만
마음놓고 작업할 수 있어 좋습니다. " 92년 이후 2년만에 마련하는 이번
개인전에 내놓을 작품은 "축복" "조화" "영감" "침묵" "나의 고향은
어디인가" "나는 어디에 있나" "나무를 보며 마음을 구름에 던졌네"등
20여점.

흰색 대리석을 정교하게 깎고 파서 만든 작품들은 작가의 장인정신을
엿보게 한다. 특히 특정부분의 경우 빛이 투과될 만큼 돌의 두께를 얇게
처리한 점은 일반조각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대목으로 신비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조각에서 중시되는 양감이나 조각적 조형성의 문제에 얽매이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흔히 생활에서는 자유로우면서도 작품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을 봅니다. " 박씨는 기존의 틀이나 제약에 구애됨이 없이
자신이 나타내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주제나
내용도 무겁고 추상적인 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느끼고 깨닫는 구체적인
것을 택하고자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의 이번 출품작들은 보통조각처럼 돌의 겉면만을 다듬고 쪼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속을 파낸 다음 그속에 형태를 집어넣음으로써
연극무대나 풍경화 혹은 한편의 서정시를 연상시킨다.

"도시생활에서 개인이 느끼는 공허함,마음의 고향을 찾고 싶은 심정등을
보는 사람 모두가 저절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읍니다. " 박씨는 경주
태생으로 홍익대조소과를 거쳐 이태리 까라라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까라라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퍼지엄에서 1등상을 받았으며 일본하코네미술관
이 주관한 제4회 로댕대상공모전에서 하코네미술관상을 수상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