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울트라/사진=한경DB
삼성전자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울트라/사진=한경DB
삼성전자의 갤럭시S23 울트라가 정식 출시 채 한 주도 안 돼 온라인 마켓에 '대여(렌탈)폰'으로 등장했다. 고성능 카메라가 입소문을 타면서 Z세대의 '대여 덕질템'으로 각광 받은 전작(갤럭시S22 울트라)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분위기다.

갤럭시S23 울트라는 2억 화소 카메라를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 상황. 일각에서는 1020세대에서 카메라 대체품으로 갤럭시를 대여하는 문화가 형성돼 구매 수요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쇼핑, 위메프, 번개장터 등 오픈마켓·중고거래 플랫폼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갤럭시S23 울트라 대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 등록된 대여 업체만 10여곳이다.

1일 대여 비용은 오픈마켓에서 2만원, 택배 이용시 배송·수거되는 기간을 더하면 1회 이용(3일)에 6만원꼴이다. SNS에서는 1일 대여료가 5만원 수준으로 오픈마켓보다 비싼 편이다.
사진=트위터, 번개장터 등 SNS 갈무리
사진=트위터, 번개장터 등 SNS 갈무리
보증금 4만~5만원을 받고 직거래하는 업체들도 있다. 팬미팅이나 콘서트 등 공연이 주로 열리는 올림픽공원, 종합운동장, 고척돔, 강남역 인근에서 물품보관함을 통해 비대면 거래가 이뤄진다. 대여금을 입금한 후 물품보관함에서 대여폰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트위터의 한 대여 업체는 "갤럭시S23 울트라 예약이 3월 주말은 다 마감됐다"고 공지했다. 지난 17일 갤럭시S23 시리즈가 정식 출시되고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가 이미 대여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2 울트라는 이미 '덕질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갤럭시S22 울트라는 1억800만 화소, 100배 줌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가 공연 문화를 즐기는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 나면서 대여폰으로 각광 받았다. 직접 찍은 연예인 사진과 촬영 비법이 담긴 대여 후기에는 '덕질은 갤럭시'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따랐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2억 화소 '역대급 카메라'를 장착한 갤럭시S23 울트라가 출시와 동시에 대여폰으로 자리를 잡은 이유다. 새로운 울트라의 등장으로 갤럭시S22 울트라 대여 가격은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대여 수요가 갤럭시S23 울트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본점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를 사전 예약한 시민들이 S23을 수령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삼성디지털프라자 홍대본점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를 사전 예약한 시민들이 S23을 수령하고 있다./사진=뉴스1
현존하는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비싼 프리미엄 모델(196만2400원·1TB)이 대여폰으로 인기를 끄는 점은 삼성전자로선 '독'이 될 수 있는 대목.

특히 대여 이용자가 1020세대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내 18~29세의 갤럭시 사용률은 44%로 아이폰 사용률(52%)을 밑돌았다. 특히 18~29세 여성의 경우 갤럭시 사용률이 36%에 그친 데 반해 아이폰 사용률은 62%에 달했다.

소비 주체로 부상한 1020세대가 일상에선 아이폰을 쓰고, 카메라 대체품으로 갤럭시를 대여하는 문화가 고착된다면 젊은 층에서 갤럭시의 부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해서 아이폰을 대여하진 않는다. 유독 갤럭시만 대여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갤럭시S23 울트라를 구매하는 핵심 이유도, 대여하는 이유도 카메라다. 대여 경험이 있는 이용자를 '구매자'로 이끌어내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