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에게 1조원대의 투자를 받은 미국 바이오텍인 드렌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골수세포와 종양세포에 각각 결합하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dren bio 제공
화이자에게 1조원대의 투자를 받은 미국 바이오텍인 드렌바이오의 플랫폼 기술. 골수세포와 종양세포에 각각 결합하는 이중항체를 개발하는 기술이다. dren bio 제공
화이자가 ‘통 큰’ 투자를 했다. 미국 바이오텍 드렌바이오는 15일 화이자로부터 6500만달러(약 84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투자로 드렌바이오는 총 1억5600만달러 이상의 자본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화이자는 이번 투자와 별개로 연초 드렌바이오와의 이중항체 항암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500만달러의 선지급금을 포함해 총 10억달러(약 1조2900억원) 규모의 계약이다.

네나드 토마세비치 드렌바이오 CEO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연내 진입할 예정인 ‘DR-01’의 임상시험, 이중항체 플랫폼의 고도화 등 두 가지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드렌바이오는 이중항체 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표적 골수세포 인게이저(targeted myeloid engager)’ 플랫폼은 화이자가 드렌바이오의 가치를 높게 산 이유로 평가받고 있다. 이 플랫폼은 골수세포(myeloid cell)와 종양 세포에 각각 결합하는 이중항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대부분의 면역항암제는 T세포와 NK세포 등을 표적으로 하지만, 드렌바이오는 골수세포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가진다.

골수세포는 이중항체와 결합해 활성화되고, 여러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분비된 사이토카인은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Tumor Associated Macrophage), 골수 유래 억제세포(MDSC·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s)를 재프로그래밍한다. TAM은 고형암에 많이 존재하는 면역세포로 종양의 증식을 촉진한다. 표면에 PD-L1을 발현시켜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고도 알려져 있다. 즉 드렌바이오의 이중항체는 종양에 대한 면역을 억제하는 TAM을 재프로그래밍해 종양 세포의 사멸을 돕는다.

또 골수세포에 결합한 이중항체는 골수세포 표면에 표적 종양의 신생항원을 제시하게 된다. 신생항원을 인지한 여러 면역세포의 식균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기전이다.

이 플랫폼에 의해 개발된 ‘DR-0201’은 B세포 관련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다. 회사는 DR-0201이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외투세포 림프종(MCL), 여포성림프종(FL), 만성림프성백혈병(CLL) 등 다양한 B세포 악성종양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장류를 대상으로 하는 동물 연구에서 DR-0201은 리툭시맙과 오비누투주맙 등 기존의 혈액암 치료제보다 우수한 B세포 감소(B cell depletion) 효과와 종양 제거를 돕는 사이토카인 방출을 보였다.

이 외에도 유방암 요로상피암 교모세포종 자궁내막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많이 발현되는 표면 수용체와 결합하는 ‘DR-02’도 개발 중이다. DR-02는 광범위한 고형암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 DR-02가 인터루킨-12(IL-12), IL-23, IFN-γ , TNF-α 등 여러 사이토카인의 분비량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또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대식세포에 의해 강력한 식세포 작용이 발생하고, 암세포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드렌바이오의 DR-02를 동물모델에서 실험한 결과 IFN-감마, 인터루킨-12(IL-12), IL-6, TNF-알파 등의 사이토카인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dren bio 제공
드렌바이오의 DR-02를 동물모델에서 실험한 결과 IFN-감마, 인터루킨-12(IL-12), IL-6, TNF-알파 등의 사이토카인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dren bio 제공
현재 DR-0201 및 DR-02는 전임상 단계다. 드렌바이오와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역시 골수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을 가진 DR-02 파이프라인이다. 고형암을 대상으로 개발 중이다.

드렌바이오는 또 다른 파이프라인인 ‘DR-01’은 세포독성세포(cytotoxic cell)와 종양세포에 각각 결합하는 형태의 이중항체다. 항체와 결합 시 면역 반응이 유도되는 항체 의존성 세포 독성(ADCC·Antibody 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를 유도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혈액암에 대해서는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DR-01의 임상 신청도 준비 중이다.
드렌바이오의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DR-01은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며, 화이자와 공동 개발 중인 DR-02는 아직 디스커버리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dren bio 제공
드렌바이오의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 DR-01은 연내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며, 화이자와 공동 개발 중인 DR-02는 아직 디스커버리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dren bio 제공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