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 같은 강대국만이 아니다. 일본, 호주 등 지역 강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의 소국까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에 앞다퉈 참여하고 있다.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가 대표주자다. UAE는 1997년 우주 정보 ‘이용자’에서 ‘운영자’로의 변신을 선언한 뒤 우주 시장 개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브라힘 알 카심 UAE 우주청 부사무총장은 “2000년대 초반 모바일 통신용 위성을 처음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19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고 추가로 8개 위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엔 금성과 태양계 내 7개 소행성을 탐사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화성과 달 탐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작년 2월에는 화성 탐사선 ‘아말(희망)’을 쏘아 올려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옛 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에 이어 5번째다. 우주에 장기 임무 수행을 위한 우주인을 보내는 11번째 국가로도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 UAE인을 포함한 우주 비행사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내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UAE는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크루-6’ 임무 캡슐 좌석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 내 우주 관련 기업, 기관, 시설은 80곳을 넘고 종사자도 3100명을 웃돈다. 알 카심 부사무총장은 “조만간 아부다비에 이어 두바이를 우주경제구역으로 지정하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에선 룩셈부르크가 왕성한 우주산업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1988년 첫 위성을 발사한 숨은 ‘우주 강국’이다. 마크 세레스 룩셈부르크우주국(LSA) 최고경영자(CEO)는 “우주와 관련한 주요 기술과 직업 창출을 통한 경제 성장, 우주 생태계 개발, 핵심 인재 교육 그리고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는 우주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원에 배타적 권리를 보장하는 ‘우주자원법’도 제정했다. 이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 우주 기업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과학과 기술, 연구개발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스트롱코리아 포럼은 윤석열 정부의 방향과 맞닿아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은 25일 10주년을 맞은 스트롱코리아 포럼에 이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대신 읽은 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새로운 도약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선도국가가 되기 위해선 연구 환경과 과학기술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담대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윤 대통령은 “기술혁명 시대엔 과학기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선진국은 이미 과학기술 패권을 두고 무한 경쟁에 돌입했으며,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않으면 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윤 대통령은 “정부는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과학기술 발전을 이뤄갈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며 “과학기술 선도 국가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말했다.포럼 공동 주최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종호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우주강국 도약 및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국내 기업이 우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공 기술의 민간 기업 이전을 촉진하고, 기업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차세대 발사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등 핵심 기술에 대한 독자 역량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세계는 과학기술 패권을 두고 소리 없는 전쟁 중”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이야말로 국가의 경쟁력이고 미래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우주 분야 산업과 연구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참석한 각계 리더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경제계와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학계에서도 우주가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스트롱코리아 포럼에 자주 참석하고 있는데, 매번 색다른 주제로 새로운 내용을 알려줘 감사하다”고 했다.이날 행사는 인파가 몰려 좌석이 모자랄 정도였다. 일반 참석자 중에선 제복을 입은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배성수/이소현 기자 baebae@hankyung.com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는 어린아이 침대처럼 혼잡하죠. 이제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세련된 우주 주거 공간이 실제로 구현될 것입니다.”에리카 와그너 블루오리진 총괄이사는 25일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의 ‘포스트-ISS:국제우주정거장, 그 이후는?’ 기조 세션에서 “앞으로 우주정거장은 과학 연구를 넘어 1인 관광, 영화 촬영까지도 가능한 곳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과 화성 탐사를 거쳐 ‘스페이스 노마드(space nomads·우주 유목민)’로 거듭날 인류에게 차세대 우주정거장이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은 차세대 우주정거장 ‘오비탈리프’를 개발하고 있다.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지구 저궤도(500㎞)를 비행할 상업용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앞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운용 중인 ISS의 퇴역 시기를 2030년으로 확정했다. 오비탈리프는 2020년대 후반을 목표로 완공돼 ISS 공백을 메운다.와그너 총괄이사는 오비탈리프의 특징으로 ‘개방형 구조’를 꼽았다. 그는 “어느 국가나 산업체든 모듈만 있으면 오비탈리프에 덧붙여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차세대 우주정거장은 우주 물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존재다. 올리비에 드 베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아폴로 프로그램 우주공학과 교수는 “미래 우주 탐사는 유목이란 단어가 적합하다”며 “수백 개에 이를 탐사 미션들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지구에서 모든 화물을 싣고 출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앞으로 5년은 한국이 기존 우주 강국을 따라잡고 우주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추격의 ‘골든타임’입니다.”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에서 “한국 우주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기존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선 민간 기업이 과감하게 우주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지속된 관(官)과 군(軍) 위주의 우주 개발을 넘어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 생태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김지찬 LIG넥스원 사장도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술을 전수하고 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우주산업 주도권 민간으로우주는 ‘마지막 블루오션’이라 불린다. 수십여 년간 우주 개발에 참여해온 방위사업체는 물론 월마트 등 유통업체와 각 분야의 스타트업까지 잇따라 우주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는 정부 중심의 우주기술 주도권은 빠른 속도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우주 시장 조사기관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 정부가 우주 관련 프로그램(유무인 우주선, 로켓 발사 등)에 지출한 예산은 924억달러(약 116조6600억원)였다. 이 중 민간 분야 지출이 530억달러(약 66조9200억원)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민간 중심 ‘뉴 스페이스’ 시대가 세계 각국에서 열린 것과 달리 한국의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우주 프로그램 지출 예산은 6억7900만달러(약 8600억원)로 세계 10위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은 단순 용역을 수행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의 우주산업은 국가 주도하에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일명 ‘미드 스페이스(mid space)’로 전환하는 단계”라며 “미드 스페이스와 함께 뉴 스페이스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이 우주산업에 매력을 갖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윤석열 정부가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 국가 최고 이익의 경연장효율적인 기술 이전을 위해서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민간 기업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신 사장은 “민·관 협력이 단순 기술 이전이나 특허 출원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기술 이전의 수혜자인 기업들이 맨 처음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 개발 사업은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과 유기적인 국제 협력이 쌍두마차처럼 병행돼야 한다”며 “한·미 우주정책 대화를 탐사·과학연구 중심에서 기술 및 산업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채널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술이 시장에 연계되는 ‘랩투마켓’을 촉진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우주산업의 정치·군사적 의미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랑 자파르 에어버스 D&S 부사장은 “우주 산업화가 더욱 빨라지면서 각국이 우주 공간을 자국의 군사 경쟁력을 투사하는 영역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보잉과 노스럽그루먼을 제치고 세계 2위 방위산업체로 올라선 레이시온인텔리전스앤드스페이스의 조셉 골드 인도·태평양 총괄이사도 “그동안 우주 개발 프로그램은 적국의 군사 위협을 파악하는 조기 경보에 집중됐다”며 “안보 분야에서 우주 영상 정보와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군이 독자 개발을 추진 중인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군 체계 사업에 대해 “국방 분야에서 최초로 민간의 위성 체계 개발을 접목하는 것”이라며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송영찬/민경진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