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 심화로 가입자가 급감한 넷플릭스. 반도체 공급난에도 최고 실적 올리며 승승장구하는 테슬라.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두 혁신 아이콘의 엇갈린 길이 대비를 이루며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비대면·집콕 시대’의 수혜주라면 테슬라는 공급망 붕괴·원자재값 급등의 피해주인데, 처한 상황은 180도 다르다. 성장기업의 혁신이 멈추고, 시장 경쟁이 심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회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혁신에는 쉼표도 마침표도 없다.

◆경쟁사 난립에 레드오션 된 OTT 시장

스트리밍 업계의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20일 주가가 약 18년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35.12%)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540억달러(약 66조6900억원)가 증발했다. 지난 1분기 유료 회원이 작년 4분기보다 20만명 줄어든 2억2160만 명으로 집계됐다는 발표가 폭탄이 됐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250만명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던 월가의 충격은 그만큼 컸다.

1분기 매출도 월가의 전망을 밑돌았다. 우크라이나 전쟁(러시아 서비스 중단)과 리오프닝, 경쟁 심화 등 악재가 쌓인 가운데 가운데 2분기에는 200만명의 고객을 더 잃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1분기 어닝 쇼크의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고 미래가 불안해지자 회사를 떠나려는 스타 직원들이 늘고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와 넷플릭스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넷플릭스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계정(비밀번호) 공유를 줄이고 광고 기반의 새로운 저가 서비스를 검토 중이라고 진환에 나섰지만, 시장에선 성장주로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진단이 쏟아지며 우려가 증폭됐다. 한 투자자는 "넷플릭스는 성장기업이 그 성장성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일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직원 7명의 DVD 대여 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가 개척한 OTT 시장은 불과 20년도 안 지나 경쟁이 난무하는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디즈니플러스 훌루 아마존프라임비디오 애플TV플러스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줄줄이 등장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이나 애플은 사업 구조가 다양하고 보유현금도 많아 OTT서비스에 매달려 돈을 벌 필요가 없는 경쟁사라는 점도 구독료에만 의존하는 넷플릭스엔 불리하다.

후발 주자인 ‘스토리 왕국’ 디즈니플러스는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가입자 수를 1억2980만명(작년 4분기)으로 늘리는 등 넷플릭스를 맹추격 중이다.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잃는 동안 워너 계열의 스트리밍 플랫폼 HBO 맥스와 케이블 채널 HBO의 1분기 글로벌 가입자는 7680만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280만명, 직전 분기 대비 300만명 늘었다.

넷플릭스가 미국 비디오 시장을 독점하던 블록버스터를 밀어내고 OTT 시장을 개쳑하기까지는 수많은 혁신이 뒤따랐다. '연체료 없는 비디오 대여 서비스'라는 작은 아이디어가 혁신의 출발점이 됐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블록버스터에서 DVD를 빌린 뒤 반납을 깜빡하는 바람에 연체료 40달러 물어준 뒤 1997년 회사를 설립했다. 연체료·반납일 등 고객 불만을 면밀히 파악하고 인터넷 보급 확산을 기회로 삼아 비디오 대여점이 생각해내지 못했던 스트리밍 서비스를 2007년 시작했다. 디지털 전환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OTT 서비스 업체가 늘어나고 콘텐츠,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혁신기업과 성장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경쟁 뛰어넘는 압도적 기술력의 테슬라

테슬라는 넷플릭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은 187억6000만 달러(23조1600억원)로 작년 동기(103억9000만 달러)보다 81% 늘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추정치(178억달러)를 웃돌았다. 가격 인상과 판매 호조 덕분이다. 순이익은 33억2000만달러(4조1000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7배 넘게 늘었다. 테슬라는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값 급등 파동 속에서도 1분기에 전기차 31만48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는데, 작년 동기보다 68% 늘어난 수치다.

테슬라의 성공 비결로는 자체 소프트웨어 설계 능력과 70개 이상의 부품으로 조립되던 샤시 하체 부품을 하나로 찍어내는 기가 캐스팅, 소품종 대량생산 등이 꼽힌다. 하지만 무엇보다 끊임없는 혁신 시도를 빼놓을 수 없다. 테슬라는 그동안 오토노미 데이(2019년), 배터리 데이(2020년), AI 데이(2021년) 등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혁신 비전을 제시해왔다.

올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는 올해까지 완전자율주행(FSD) 시범운행을 확대해 대상자를 2000명에서 6만명, 10만명으로 순차적으로 늘리고 올해 안에 미국 내 모든 사용자가 FSD를 정식 구독할 수 있도록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4년 페달과 핸들이 없는 로보택시를 생산하는 게 목표”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차량이 운행되지 않는 시간에도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두 차례 지연됐지만, 2023년에는 사이버 트럭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가 캐스팅 등의 노하우를 적용해 모델3보다 40% 적은 부품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제조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가 파견 나와 해결해 준다고 한다.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꿈도 못 꾸는 혁신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배경이다.

테슬라는 매출의 90%가량을 전기차 판매에서 얻고 있지만, 자동차를 넘어 인공지능(AI) 및 로봇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프로토타입을 올해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 사업서 가장 가치 있는 분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평가다. 그는 “로봇은 사람들이 하기 싫은 어떠한 일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테슬라 자동차보다 세상을 더 크게 바꿀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2016년에도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 AI를 통해 ‘집안일 전용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엔 높이 172cm, 무게 56kg의 몸집에 시속 5마일(8km)로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X를 통해 우주로까지 지평을 넓힌 테슬라와 머스크에게 불가능한 도전은 없어 보인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그가 앞으로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건호 논설위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