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의 세계 수요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감염자의 급증이 진정되면서다.

로이터는 19일(현지시간) 화이자의 먹는(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투약이 최근 저조하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존슨앤드존슨(J&J)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며 코로나19 백신의 매출 전망치 발표를 중단한다고 했다.

화이자는 올해 약 1억2000만명분의 팍스로비드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초까지 체결된 계약을 통해 최소 22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대 구매처는 미국이다. 2022년 최대 2000만회분에 대해 회당 530달러를 지불키로 했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상반기까지 미국에 배포된 약 150만명분의 팍스로비드 중 50만명분이 아직 약국에 남아있는 상태다.

한국과 영국, 일본에서도 공급량이 수요를 능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4월17일 기준 62만4000명분의 팍스로비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약 3분의 1만 사용했다. 일본은 올해 200만명분을 계약했다. 그러나 보건부가 약의 처방을 이전에 코로나19 치료 이력이 있는 시설만 가능하도록 제한하면서 투약이 더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에는 지난달 말까지 1만명분이 공급됐는데 이 중 약 3000명분이 처방됐다.

영국은 4월9일 기준 275만명분 중 단 6000여명분만이 사용됐다. 2월부터 매달 5만명분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는 현재까지 약 8300명이 약을 처방받았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팍스로비드 판매 국가 중 일부가 현재까지 재고 중 아주 적은 양만 환자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 약 자체에 대한 문제도 이유로 지적된다. 병용금기 약물이 많은 탓에 환자들이 사용을 조심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택치료 환자들은 팍스로비드 처방이 가능한지 스스로 알기가 어렵다.

폴 리틀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는 것은 약간의 고통(bit of a pain)”이라며 “팍스로비드가 더 광범위한 집단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은 2021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앞으로 코로나19 백신 매출을 추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급 과잉 및 접종 기피 현상으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섰다는 이유다.

이같은 결정은 존슨앤드존슨이 올해 코로나19 백신 매출 전망치인 35억달러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존슨앤드존슨의 지난해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한 제약 사업부 매출은 128억7000만달러였다. 이는 회사의 예상치인 136억달러를 밑도는 수치다. 현재 존슨앤드존슨의 코로나19 백신 점유율은 미국 3%, 유럽 2%에 불과하다.

조셉 워크 존슨앤드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계 국민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태도가 미국을 비롯한 G5 국가의 예상보다 더 소극적”이라며 “냉장을 포함한 기반시설이 필요한 점도 개발도상국에서의 투약에 장애물이 됐다”고 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의약품 수요 감소 흐름은 다른 기업들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분석기관인 에어피니티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및 모더나의 2022년 예상 백신 매출을 각각 364억달러와 187억달러로 이전 추정치보다 15%와 27% 낮췄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백신 매출은 각각 30억달러와 28억7000만달러로 추산했다.

노바백스는 2022년 매출을 40억~50억달러로 전망했지만 에어피니티는 약 절반인 27억4000만달러로 예상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