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로슈 파트너사인 할로자임, 10억 달러에 안타레스 파마 인수… 약물 전달 사업 강화[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피하 약물 전달 기술을 개발한 할로자임이 13일(현지시간) 안타레스 파마를 9억6000만 달러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안타레스 파마는 자동 주입기 기술을 확보한 회사로, 세계 최초로 자가 주사가 가능한 테스토스테론 대체제 ‘자이오스테드’를 개발해 판매 중이다. 인수 건이 알려지며 13일 기준 안타레스 파마의 주가는 주당 3.74달러에서 5.57달러로 약 49% 가량 급증했다.

할로자임의 피하 전달 기술인 ‘인핸즈(Enhanze)’ 기술은 피하로 투여할 수 있는 생물제제의 용량을 크게 늘렸다. 이 기술은 유전자 재조합으로 히알루로니다아제인 PH20을 이용해 더 많은 양의 약물이 체내에 주입될 수 있게 한다.

히알루로니다아제는 피부 아래에서 일종의 장벽 역할을 하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에 정맥 투여만 가능했던 약물도 피하 투여가 가능해져,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할로자임은 존슨앤드존슨, GSK, 로슈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해오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알테오젠도 히알루로니다아제 기술을 갖고 있다.

로슈의 HER2 양성 유방암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 SC(피하주사)’가 대표적이다. 로슈는 2013년 정맥주사였던 허셉틴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출시하면서 기존에 약 두 시간에 육박했던 투여 시간을 2~3분대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할로자임은 인핸즈 기술에 안타레스 파마의 자동 주입기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헬렌 톨리 할로자임 최고경영자(CEO)는 “할로자임은 최대 5ml 용량의 약물을 빠르게 피하주사로 투여하기 위해 두 회사의 기술을 결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만약 두 기술을 성공적으로 결합 시킨다면, 정맥주사로만 투여가 가능했던 약물을 집에서 스스로 피하투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로 할로자임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할로자임은 2019년 개발 중이던 췌장암 약물이 임상에 실패하며 모든 파이프라인을 정리했다. 이후 인핸즈 기술 판매에 따른 로열티로만 수익을 올려왔다. 반면 안테라스 파마는 현재 자이오스테드, 야간 다뇨증 치료제인 ‘녹두나’, 급성 편두통 치료제 ‘수마트립탄’ 등의 치료제를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23% 성장한 1억8400만 달러다.

톨리 CEO는 “향후 우리 사업과 잘 맞는 기술, 파이프라인이 있다면 언제든 추가 M&A를 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할로자임은 오는 6월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최대 5억6000만 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연내 7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행할 계획이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