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경영권'에 발목잡힌 카카오의 SM 인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이수만 SM 총괄프로듀서가 내건 추가 조건에 카카오 측이 난색을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주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매각 규모와 가격 등은 큰 틀에서 합의됐다. 카카오엔터가 이 프로듀서 지분 18.27%를 모두 매입하고, 이 프로듀서가 카카오엔터에 재출자하는 방식이다. 총 거래액은 1조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 프로듀서가 막바지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듀서는 카카오엔터가 SM을 인수해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계약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입할 것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엔터 업체와의 사업 시너지를 위해 SM을 인수하려는 것”이라며 “전체를 조화롭게 운영해야 하는 카카오엔터로선 이 프로듀서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듀서는 이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연봉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으로 벌어들인 수익과 관련된다는 분석이다.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은 지난해 SM으로부터 240억원의 인세를 받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가 SM을 인수하면 라이크기획에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일감을 주기 어렵다 보니 이를 벌충하는 차원에서 연봉 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카카오는 일단 계약을 보류하고 이 프로듀서가 내건 추가 조건에 대해 협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최근 SM이 주주총회에 정관변경 안건을 낸 것도 카카오와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M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명부 폐쇄일을 주총 2주 전으로 변경하고, 제3자배정유상증자 한도를 50%로 높이는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주주총회 안건에 추가했다.

해당 안건은 지난 25일 주주 반발로 안건을 취소했지만 “이 프로듀서가 SM 경영권 강화를 할 만큼 매각을 철회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 중 이런 안건을 추가한 건 협상장 밖 시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SM은 지난해 인수 후보였던 카카오와 CJ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협상력을 높여 왔는데, 이번 행동은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